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3일 생전에 불편한 관계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며 “호인 ‘거산(巨山)’만큼 거대한 산이셨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곡절이 있었지만 역사에 남는 거대한 산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리는 조문에 앞서 빈소 방명록에 "음수사원(飮水思原).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깊이 애도하면서"라고 적었다.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으로, 그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생활화돼서 (물처럼) 공기처럼 민주주의 존재나 족적을 잊기 쉬운데, 김 전 대통령과 같이 역할을 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분의 서거를 듣고 와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기여하신 공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YS는 1993년 당시 대법관이었던 이 전 총재를 감사원장에 발탁한 데 이어 국무총리로 임명한 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는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의장으로 영입해 대권주자로 띄워 올렸다.

그러다가 이 전 총재가 총리시절 YS와 충돌한 데다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3김정치 청산’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YS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더니 급기야 대선 막판에 경제 위기 등으로 YS정권에 대한 민심이 험악해지자 허수아비 사형식까지 하면서 두 사람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YS는 이인제 의원의 독자적 대선 출마를 묵인하면서 여권표 분열을 초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