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로비' 의혹으로 해외도피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재임기간중 부하직원에게 국세청 차장으로 승진시켜 주겠다며 3억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새로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들에게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그림을 고가에 살 것을 강요한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49)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49·가인갤러리 대표)씨는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12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국세청 차장 자리를 제의하면서 3억원을 요구했었다”고 주장했다.

22일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홍씨는 21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당시 한 청장이 ‘정권 실세에게 갖다 줄 10억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7억원을 할 테니 3억원을 만들어라. 그러면 차장에 중용하겠다’고 말했으나 남편이 고심하다 행시 기수가 5기나 차이 나는 선배들을 제치고 차장이 될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듬해 3월 한 청장이 단행한 인사에서 남편은 직급상 3단계 아래인 서울지방청 세원관리국장으로 발령났다”며 “그 직후에도 한 청장이 ‘다음번에 명예회복을 시켜 주겠다’며 재차 3억원을 요구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청장은 또 다른 지방국세청장 두 분에게도 차장 자리를 제의해 경쟁을 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후 한 청장은 남편에게 사표를 종용했고 그가 ‘그림 로비’ 의혹으로 사퇴한 이틀 뒤(올해 1월 21일) 인사에서 남편은 미국 교육 파견대상자로 발령났다”고 주장했다.

그림로비 의혹 사건은 2007년 3월 국세청 차장이던 한 전 청장이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고 최욱경 화백의 추상화(‘학동마을’) 한 점을 인사로비용으로 선물했다가 그후 전 전 청장의 부인이 가인갤러리에 그 그림을 팔아달라고 내놓으면서 사건화됐다. 한 전 청장은 그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3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 중이다.

홍씨는 “한 청장의 그림로비 사건이 터지고 정권실세의 측근 인사들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한 청장의 다른 그림에 대해 아는 바 없느냐'고 물어와 놀랐었다”고 주장히기도 했다.

홍씨의 남편인 안 국장은 2004~ 2008년 C건설 등 5개 회사의 세무조사 편의를 봐 주고 가인갤러리에서 그림을 고가에 사도록 하는 방식으로 14억6천600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주도록 한 혐의로 21일 구속됐다.

이같은 <중앙선데이> 보도는 한상률 청장이 '정권실세'에게 10억원을 건네줘야 한다며 홍씨 남편에게 돈을 요구한 시점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2007년 12월이었다는 점, 그리고 홍씨가 그림로비 사건 발발후 정권실세 측근인사들이 다른 그림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문제의 정권실세가 구정권이 아닌 현정권 실세임을 감지케 해, 향후 야권의 '그림로비 은폐' 의혹 제기 등 커다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홍씨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권력형 부패가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야권은 한씨의 해외도피가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도피라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