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도 개탄한 '천성관'에 한나라 몰빵
한나라 "보기 드문 청백리" vs 검찰조차도 "창피스럽다"
한나라당의 장일 부대변인이 13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낸 논평이다. 뭐가 문제될 게 있냐는 투로, 앞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검사생활 24년 만에 재산이 14억, 15억밖에 되지 않는 것은 보기 드물게 청렴하게 살아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가장 중시하는 언론인 <조선일보> 14일자를 보면 '문제될 게 대단히 많다'는 쪽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미스터리맨 천성관'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은 데 이어 3면을 통틀어 '천성관 의혹'을 3건의 기사와 만평으로 상세히 보도하고, 별도로 사설까지 통해 또다시 천성관 내정자 해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해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그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야당은 물론 여권 일부에서도 일고 있다"며 사실상 '불가' 판정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이 청렴한 공직자인양 묘사한 천 내정자가 아들의 고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시인했고, 아들 결혼식을 6성급 호화 호텔에서 성대히 치렀으며, 아들이 월급보다 많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예금은 쑥쑥 늘어나는 경이로운 재테크 기법을 선보인 점 등을 꼬집었다.
또한 천 내정자가 28억7천500만원짜리 강남 고급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 건설업자에게서 15억5천만원, 구로구에서 26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동생에게서 5억원 등을 빌린 의혹, 부인이 인테리어업자가 리스한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닌 의혹, 돈을 빌려준 건설업자와 함께 해외골프를 다녀온 의혹, 건설업자와 천 내정자 부인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호화쇼핑을 한 의혹 등을 열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서도 이같은 무더기 의혹 제기와 천 내정자의 쩔쩔대는 대응을 열거한 뒤, "청문회를 보면서 가장 당혹해했을 것은 전국의 검사들이었을 것"이라며 "검찰은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내놓는 변명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혐의를 입증하는 사람들이다. 자기들 조직의 수장(首長) 후보자가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자존심이 상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더 나아가 "앞으로 검사들은 뇌물 받은 혐의를 받는 공직자가 '그 돈은 업자에게서 빌린 것일 뿐 부정한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한다면 '아~ 그렇습니까. 다들 그렇게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하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주억거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와 별도의 기사를 통해 검사들의 당혹스런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천 후보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현직 검사는 "그간 여러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천 후보자 부인이 박씨와 같은 면세점에서 핸드백을 구입했다는 의혹이나 천 후보자가 박씨와 골프 외유를 갔다는 의혹은 종전과는 새로운 국면의 의혹 제기"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검사로서 창피스럽고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청문회를 사무실 등에서 지켜보면서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검찰 간부는 "동생의 재산 문제를 비롯해 천 후보자가 속 시원하게 해명해 완전하게 해소된 의혹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중도 낙마' 가능성을 걱정했다. 일부 검사들은 "만약 천 후보자가 중도 하차할 경우 검찰이 2차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의 신경무 화백은 이와 별도로 3면에 위장전입 사실을 곧바로 "예!"라고 시인한 천 내정자를 그린 뒤, 참여정권때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사람들의 모임인 '위낙사'들이 일제히 "세상 참~좋아졌네!! 이젠 저건 죄도 안되나벼?"라고 어이없어 하는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최대한 내정자를 감싸야 하는 한나라당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검찰 내부에서조차 "창피하다", "이건 아니다"라고 개탄하는 천 내정자를 '청렴한 공직자'인양 감싸는 것은 오버도 한참 오버다. 한나라당이 이래서 겉으론 매일같이 "쇄신"을 외치면서도 세간의 '딴나라' '거수기'란 비아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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