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여년만에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일본-네오콘 반발에도 부시 서명, '한반도 빅뱅' 예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에서 성 김 북핵특사, 폴라 드서터 검증.준수.이행담당 차관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추구했던 모든 요소가 핵검증 패키지에 포함됐다"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밝혔다.
북-미 양국은 북한이 과거에 추출했던 플루토늄 양뿐 아니라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핵확산 활동 등에 대한 검증도 하되, 북한이 신고한 시설에 대해서만 전문가들의 방문 검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북한의 미신고 핵관련 시설에 대해서는 상호 동의하에 검증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른바 북한 요구대로 '분리 검증' 관철된 셈.
성 김 특사는 이날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6자회담 개최를) 얘기해 왔고, 중국측은 검증패키지를 채택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그것도 이달안에 회의를 소집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달중 6자회담이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성 김 특사는 이번 6자회담이 열린다면 회담에는 장관급이 아닌 수석대표들이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지난주 사흘간 북한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사이에 이뤄진 것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내 네오콘과 일본정부의 반발로 고심을 거듭하다가 지난 10일 최종 재가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코맥 대변인은 그간 미국의 계획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일본측과도 밀도있는 협의를 가졌고, 일본 정부도 테러지원국 해제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중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 겸 금융상은 미국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반발했다. 대북 강경론자인 나카가와 재무상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테러 행위나 마찬가지"라면서 "(납북 일본인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의 가족들도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파인 하원 외교위원회의 일리아나 로스-레티넌(공화.플로리다) 의원도 "북한이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기도 전에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불법적인 핵프그램을 계속하고 극단적인 정권에 핵협력을 제공하는 일을 부추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외교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일본 및 미국 네오콘의 반발에도 테러지원국 해제를 강행한 것은 재임기간중 북핵문제를 풀었다는 업적을 남기고 싶어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부시의 속내가 무엇이든간에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급변 국면에 진입했으며, 금융공황으로 독주하기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오바마가 공언한대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직접대화가 이뤄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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