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309일'만에 크레인 내려와
"내가 반평생 해온 일이 옳았음을 증명해 기뻐"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영도조선소 정문앞 광장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전날 찬반투표를 하려다가 경찰의 진입으로 중단됐던 노사 잠정합의안을 전체 조합원 809명중 509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무투표 가결했다.
김진숙 위원은 무투표로 가결직후 그동안 농성을 벌인 영도조선소 3도크 옆 높이 35m의 85호 크레인에서 조합원과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내려왔다.
김 위원은 오후 3시15분경 85호 크레인 중간층 농성자 3명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조합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해고자 가족들은 꽃다발을 전하며 자신들의 남편 등 해고자를 복직하게 해준 김 위원에게 눈물로 고마움을 표시했고, 김 위원은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위원은 이어 연설을 통해 "이제 해고자와 비해고자의 구분이 없어져서 기쁘다"면서 "그동안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주신 희망버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고 희망버스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살아 내려올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여러분과 조합원에 대한 믿음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셨습니다"라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85호 크레인에서 목숨을 바친 김주익, 곽재규 열사 등을 생각하며 지냈다"며 309일간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 앞서 정리해고 투쟁을 하다가 산화한 동지들의 희생이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이 땅을 밟은 것은 지난 1월 6일 크레인에 올라간지 309일 만의 일로, 309일간 고공농성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김진숙 위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오기 직전에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309일 투쟁의 성과로 "합의안의 성과도 물론있지만 민주노조를 지킬 수 있었던 게 큰 성과"라고 꼽으며, "그리고 희망버스를 통해 제가 반평생을 해왔던 일, 많은 사람들이 목숨 던져 지켜낸 일이 옳았음을 증명한 게 젤 기쁘죠^^"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상에서 오랜 기간 김진숙 위원을 지원해온 배우 김여진씨는 9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긴 시간, 간절한 꿈. 이제 눈 뜨면 이루어질 거예요. 잘 자요, 당신~"이라고 감격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김여진씨는 이날 현장에 내려와 김 위원과 껴앉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위원은 그후 회사 정문을 나서 대기 중이던 경찰에게 신병이 확보돼 건강진단을 위해 병원 구급차량을 타고 동아대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김 위원의 건강상태를 확인한후 몸 상태가 좋아지면 건조물 침입 및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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