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마침내 무바라크 퇴진 요구
150명 사망, 31일 시민들의 '대통령궁 행진' 중대 분수령
30일(현지시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집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전날 임명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권력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점잖게' 물러날 방법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군부는 이날 술레이만 부통령과 함께 군사령부를 방문한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이같은 퇴진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굉장히 완고하고 30년 장기집권을 끝낼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실제로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시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타전하고 있는 <알 자지라> 위성방송을 차단시키는 등 언론통제를 더욱 강화하는가 하면 전투기들을 동원해 수도 카이로 상공을 위협비행토록 하는 등, 무력진압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무바라크의 퇴진 쪽으로 급속히 진전되는 양상이다. 카이로에서는 이미 경찰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완전 마비된 상태로, 카이로의 대다수 경찰서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불탔다. 또한 경찰 대신 시내에 투입된 군도 시민들과 합류하기 시작했다. 많은 탱크 위에는 시민들이 올라타 시내로 행진을 벌였으며,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시민과 합류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방 등에서는 공안당국의 무력진압이 계속돼, <알 자지라>에 따르면 30일 현재 사망자가 150명으로 늘어났다.
이집트 혁명은 31일 중대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군부의 시위 지지로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이날 카이로의 대통령궁을 향해 대규모 시위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시위에는 시위에 합류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연금 당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전날에 이어 동참할 예정이다. 연금 명령을 묵살하고 전날 시위에 동참한 엘바라데이는 "야당들로부터 거국적으로 정부 수립을 요청 받았다. 군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무바라크는 정권을 넘기라"며 정권 인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재 군소정당들로 나뉘어져 있던 야당들은 엘바라데이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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