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불끈 쥔 이성태 한은총재, '결단' 임박?
재정차관, 금통위 참석 강행. 한은 "관치금융, 금융위기 다시 온다"
허경욱 차관은 이날 오전 9시 금통위 참석을 위해 서울 소공동 한은 본점을 찾았다. 허 차관이 탄 차량이 한은에 들어서자 한은노조와 직원 등 20여명이 "한국은행 장악음모 온 국민이 분노한다", "관치금융 금융위기 다시 온다", "총재님! 금통위원님! 힘 내세요", "금통위 통화정책 정부는 간섭말라" 등의 피켓을 들고 차량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고, 허 차관은 잠시 후 한은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성태 총재는 금통위 회의장에 입장하기 직전부터 입을 꾹 다문 굳은 표정이었으며 금통위 의장석에 착석한 뒤에도 주먹을 불끈 쥐고 있어, 정부 조치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금통위 회의석 끝자리에 앉은 허 차관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정부의 의도가 오해되고 있는 면이 있다"며 "정책당국 간 정책공조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게 부각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명백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위임돼 있다는 데 정부와 한은 모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성태 총재는 굳은 표정으로 이례적으로 인사말도 없이 침묵 속에서 금통위 회의 개시를 알리는 의사봉을 세번 두드렸고, 취재진은 금통위 요구에 따라 퇴장한 뒤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됐다.
한은 안팎에는 재정부의 일방적 금통위 참석에 분노한 이 총재가 금명간 모종의 결단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도는 등, 흉흉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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