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교과서에서 '전두환 강압정치' 빼라"
"전두환, 친북좌파 활동 차단할 수밖에 없어", "제주 4.3은 친북 폭동"
국방부가 이 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요구'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행 고교 교과서 내용 가운데 25개 항목에 대한 삭제 또는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국방부는 "전두환 정부는... 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는 부분(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293쪽)을 "전두환 정부는... 민주와 민족을 내세운 일부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 바꾸도록 요구했다.
국방부는 수정 요구의 근거로 "대한민국 통치에 대해서는 독재정권으로 단정하면서도 북한의 김일성 체제에 대해서는 숙청, 정치범 수용소 등 가혹한 1인 독재 체제는 언급하지 않고, 권력 강화, 후계 체제강화 등으로 단순, 우회적 표현하여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금성교과서의 한국근현대사 목차 중 '전두환 정부의 강압정치와 저항'이라고 돼 있는 소제목을 "전두환 정부의 공과와 민주화 세력의 성장"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어 '헌법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민족의 근대화에 기여한 박정희 대통령"으로 바꿀 것을 교과부에 요구했고, '이승만 정부의 독재화'라는 제목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시킨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바꿀 것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또 한나라당마저 박근혜 전 대표 시절 사과한 '제주 4.3사건'에 대해 "남로당은 1948년 2월 7일 전국적인 파업과 폭동을 지시했고 그같은 폭동방식에 의한 대한민국 건국 저지 행위가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것이 제주도에서 4월 3일 발생한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 진압 과정에서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으로 수정을 요구, '친북 폭거'로 규정했다.
국방부는 미군정 수립 직후 친일파들의 대거 득세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미군정은 남한의 과도 입법의원을 구성하여 법령 제정 과정 등에서 자치활동을 도입했고 대부분의 행정업무에 한국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한국인이 민주적 자치경험을 쌓도록하였다"라고 바꾸라고 요구, 친일파들을 감싸는 뉘앙스도 풍겼다.
국방부는 대신 북한 정권의 불법성과 만행을 자세하게 기술하도록 교과부에 요구했다.
국방부 요구사항이 알려지자 야당들은 강력 반발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 날 오후 논평을 통해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역사부정"이라며 "국방부는 두 달 전 일본 방위백서 오역으로 국민적 분노를 불러 일으켜 놓고도 실무자의 실수라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방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또 4.3사건과 관련해선 "4.3항쟁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수반으로써 공식사과를 한 바 있다"며 "관계기관과 4.3 관련 단체들의 오랜 기간 숙의 한 끝에 이루졌고, 국회의 협의까지 거쳐 이루어진 정부의 공식적 사과였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의 행위를 부인한다면 이는 국가의 연속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조한국당도 이 날 논평을 통해 "전두환 정부의 강압정치와 이승만 정부의 독재 문구를 수정하도록 요청한 것은 권위주의 정권을 미화하고 이들 정권의 과오를 감싸안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방부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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