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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현장] "에이 바보야", 욕설-비아냥

한나라당-신당, 본회의장 안팎서 지리한 대치 계속

'이명박 특검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중인 한나라당과 이를 뚫으려는 대통합민주신당 사이에 14일 지리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겁 많아서 어떻게 뱃지 달았니" vs "뭐라고? 안들려"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에 신당은 14일 오후 2시 30분부터 이해찬 선대위원장과 김효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신당 대부분의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 앞으로 집결, 본회의장 출입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사무처 직원 60여명을 긴급 동원해 본회의장 출입구에 집결, 대치했다.

양측은 이 과정에 서로 욕설을 하는 등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에 김효석 신당 원내대표가 현장에 나와있던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에게 강력 항의 하는 등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의 퇴거를 요구했다. 그후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의 야유는 줄어들었지만 직원들은 오후 4시 현재 계속해 대치중이다.

이 과정에 본회의장 정문 좌우로 통하는 쪽문에서도 크고작은 실랑이가 계속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돌아가면서 본회의장 좌우측 강화유리로 된 쪽문을 지키고 서 있다. 이에 맞서 신당 의원 일부와 보좌진들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유리문 안쪽을 지키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쪽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신당 보좌진들은 유리문 안쪽에 서 있던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뱃지를 달았냐"며 "에이 바보야"라고 조롱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강화유리 탓으로 신당 관계자의 야유가 김 의원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 김 의원은 들리지 않는다는 시늉을 하며 웃음을 짓는 등 양측간 코미디는 계속됐다.

차명진,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유리문 바깥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있던 신당 보좌진들의 얼굴을 직접 카메라로 찍는 등 일종의 채증작업도 벌이기도 했다.

그러자 쪽문 앞으로 다가온 정청래 신당 의원은 유리문 위로 "한나라당 정신 차리시오"라고 써인 문구가 붙을 수 있도록 생수를 뿌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유리문 안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김충환, 차명진, 김명주 의원에게 "당신들 예수님 믿지 않나? 예수님이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빨리 문 열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김명주 의원은 청 의원이 유리문에 부착한 종이 문구가 궁금한 듯 유리문 쪽으로 가까이 다가와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했다.

안상수 "마실 물 없다. 물 좀 갖고와라"

오후 4시 현재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계속해서 국회의장석에 앉아 상황을 지휘하는 등 의장석 주변으로만 한나라당 의원 20여명 가까이가 진을 치고있다. 나머지 1백여명이 넘는 의원들은 각자 자신의 좌석에 앉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봉쇄 점거가 계속되면서 본회의장 내부에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지쳐가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본회의장 안 난방 시설이 잘 돼 있는 탓에 국회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찜통이다. 이에 속속 상의를 벗어 노타이 차림으로 의자에 기대 앉아 있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지겨운 듯 본회의장 의원석에 마련돼 있는 컴퓨터로 기사를 확인하는 등 웹서핑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안상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쪽문을 지키고 있던 차명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차 의원, 여기 마실 물이 없다. 물 좀 가지고 오라"고 지시하는 소리가 2층 방청석까지 들리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 내부에서도 신당과 한나라당의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상민 신당 의원은 본회의장 출입이 봉쇄되자 기자들이 모여있는 본회의장 방청석에 들어와 앉아있는 등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 동태를 알려주는 이른바 연락책 역할을 하고 있다.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방청석에 모여든 1백여명 남짓의 기자들에게 "이게 신당의 쇠톱"이라며 "신당이 문 틈새로 톱날을 가지고 문틈을 자르려고 하다가 우리에게 뺏겼다"고 즉석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심재철 의원은 또한 방청석의 이상민 의원을 향해 "그만 좀 깝죽대고 로텐더홀로 가 계시라"고 했고, 이에 이 의원은 "깝죽대긴 누가 깝죽대느냐. 그렇게 밖에 못 배웠어"라고 맞받는 등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출입기자들도 거의 대부분이 본회의장 정문 출입구와 본회의장 내 방청석에서 진을 치고 한나라당과 신당의 실시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최병성,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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