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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이랜드, 파국으로 가나

공권력 투입 임박, 민노당-민주노총 비상소집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더기 해고 등 개정 비정규직법안의 폐해를 20일간의 점거농성으로 알려냈던 이랜드.뉴코아 파업사태가 정부당국의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부의 공권력 투입 경고 이후 교섭테이블에 앉은 노사는 18일 저녁 8시30분부터 19일 오전 10시30분까지 14시간에 걸쳐 마라톤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종료됐다.

이랜드 노사 최종교섭 파국, 정부 공권력 투입 시기 조율

이랜드 홈에버와 뉴코아가 별도 법인별로 분리해 진행된 최후 교섭에서 이랜드 사측은 점거농성을 해제해야 교섭에 응할 수 있다며 ‘선해제 후협상’ 원칙을 고수했고 노조 측은 사측이 고소고발건을 해제해야 농성을 풀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협상은 최종결렬됐다.

파업점거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사측이 점거매장의 출입구를 용접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민주노총


19일 노사 최종교섭이 결렬되자 정부당국은 대책회의를 갖고 공권력 투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민주노총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교섭 결렬 직후 브리핑에서 “사측이 조합원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및 손배소를 풀어주지 않는 한 점거농성을 해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코아 김호진 노조 부위원장도 교섭 직후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계산직 고용자 용역 철회안은 보도된 내용과 달랐다”며 “고용보장은 전체 용역 근무를 거부하며 비정규직 계산원 2백23명 중 퇴직된 53명에 대해서만 1회성 한시적 복직에 해당한 것이었다”고 교섭 결렬의 배경을 밝혔다.

반면 사측은 “노조에 점거농성 해제 후 협상을 요구해왔지만 노조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만 늘어놓았다”며 교섭 결렬의 책임을 노조 쪽에 돌렸다.

이랜드 사측은 이날 오후 5시 기자회견을 통해 ‘선해제 후협상’ 원칙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노사교섭의 최종결렬을 선언했다.

이처럼 4차 노사교섭이 최종결렬 되면서 정부당국은 공권력 투입 시기를 조율하기 위한 관계당국 대책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18일 “이랜드 노사의 최종교섭이 결렬되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점거파업 20일째를 맞는 이랜드 상암점과 12일째를 맞는 뉴코아 강남점은 긴장감에 휩싸인 채 투쟁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노총 긴급투쟁지침 1호 발표 “비정규직법 사활 걸고 조직적 투쟁”

노동계도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막아내기 위한 비상대기 상태에 돌입, 이랜드 투쟁이 노사갈등에서 노동계 전체의 대정부 투쟁으로 확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번 이랜드 투쟁이 향후 비정규직법 개정 운동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전 조직을 동원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이석행 위원장 명의의 ‘총력투쟁지침 1호’를 통해 “가맹산하, 단위노조 등 민주노총 전 조직은 오늘 오후 5시전까지 각 조직별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민주노총은 또 “20일 새벽 6시경 공권력 투입이 예상되는 바, 당일 12시 정오에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하며 이랜드 자본에 대한 전조직적 타격투쟁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파업의 시작은 이랜드 사측이 비정규직 개정법안의 허점을 편법적으로 악용해 계산원 수백명을 용역전환하면서 시작됐다.ⓒ민주노총


민주노총은 유력한 공권력 투입 시기를 20일 새벽 5시로 예상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정부가 관계당국 대책회의를 3시간여 앞당겨 개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자 투입 예상 시기를 자정으로 수정하고 오후 9시 긴급 상집회의를 소집했다.

전남지역 현장대장정에 나서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상집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상경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건설노조, 민간서비스 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5개 산별노조도 전 조직을 동원한 연대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정치권.시민사회 공권력 투입 반대, 노사교섭 재개 촉구 성명 봇물

민주노동당도 이날 오후 당직자 전원을 비상대기시키고 수도권 당원들에게 이랜드 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 투쟁에 합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민노당은 권영길 의원이 상암점에 합류하고 노회찬 의원이 강남점에 합류하는 등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공권력 투입을 막아설 예정이다.

한편, 정부당국의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성명도 줄을 잇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합법과 불법에 대한 형식논리에 근거한 공권력 투입과 강제해산은 용인될 수 없다”며 “정부와 이랜드는 농성 강제 해산이야 말로 이랜드 사건을 종결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키고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파업이 사측의 부당해고와 편법 행위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파업의 원인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장기화라는 명분만으로 농성자들을 강제해산 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는 노사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명심하고, 적극적이고 공정한 중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등 4개 학술단체도 20일 오전 상암동 매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랜드 파업 지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범여권 대선 후보인 천정배, 신기남 의원과 민노당 대선후보 3인방이 성명을 통해 공권력 투입 중지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랜드 투쟁을 비정규직 재개정 투쟁의 본령으로 보고 전 조직을 동원한 강경대응을 결의했다.ⓒ민주노총


신기남 “정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공권력 투입인가, 천벌 받을 것”

신기남 의원은 성명을 통해 “공권력 집행권자들에게 묻고 싶다. ‘원하는 것은 해고 없이 일할 수 있는 것 뿐’이라는 이분들에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녕 공권력 투입 외에 없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절대로 공권력 투입은 있어선 안된다. 천벌이 있다면 그럴 때 받게 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공권력 투입 중단을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도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여 상황을 종결시키려는 것은 매우 성급하고 잘못된 판단”이라며 “우선 노사 간의 협상이 신속하게 재개되어야하며 농성장 봉쇄와 같은 반인권적인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상황이 이 지경으로까지 이른 것은 비정규 악법을 주도하고 통과시킨 정부와 정치권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거듭 국회 차원의 이랜드 대책위 구성 및 대선후보.국회의원들의 서명운동을 정치권에 제안했다.

참여정부 최악의 노정갈등으로 확산

한편, 이날 오후 성실한 산별교섭을 촉구하며 75개 사업장, 5만3천6백명의 조합원이 전면파업에 돌입한 금속노조도 파업 대오 일부가 이랜드 노조 투쟁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산별노조이자 가장 강경한 투쟁을 전개하는 금속노조가 이랜드 파업투쟁에 합류할 경우, 양상은 노정 전면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보호3법 개정논란으로 시작된 참여정부의 노정 갈등이 두 차례의 긴급조정권 발동과 KTX 여승무원, 하이닉스, 포항건설노조의 투쟁을 거쳐 이랜드 사태로 극대화되는 양상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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