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파일'에 MB '도곡동 자료'까지?
민주당 '안원구 녹취록' 일부 공개, 미공개 자료 산더미
민주당, '안원구 녹취록' 전격 공개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은 임성균 감사관과 H 차장 등 국세청 전·현직 간부들과의 대화 내용을 12개의 MP3 파일에 녹음한 것과 1건의 한글파일로 이뤄져 있으며, 안 국장 부인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현직 국세청 고위간부들의 실명이 직접적으로 거론돼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당시 임성균 국세청 감사관은 안 국장에게 병마개 회사인 삼화왕관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주겠다며 사직을 종용했다.
안 국장이 "누구의 뜻이냐"고 묻자, 임 감사관은 "윗분들 이야기"라며 "안 국장에 대해서는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를 포함해서 정부 전체다. 청와대나 이쪽에서도 그렇고 최고위층에서 인지를 하셨다"고 답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후 국세청 감사관이었던 임성균 현 광주지방국세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진 사퇴권유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죄송스럽다”며 “청와대를 거론한 것은 말실수”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건 빙산의 일각, 미공개 자료엔 '도곡동 땅 의혹'까지...
문제는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자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미공개 자료에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추가로 녹취록·문건 등을 건네받았다. 이들 자료는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안 국장을 만난 송영길 최고위원 등이 안 국장 부인 홍 대표를 만나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5일 밤 <한겨레> 인터넷판에 따르면, 2차로 받은 녹취록은 △안 국장이 국세청 간부들과 나눈 대화 △안 국장 쪽으로부터 그림을 사들여 검찰 조사를 받은 업체 관계자들과의 통화 △태광실업의 베트남 현지법인 세무조사에 참여했던 사람들과의 전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국세청 간부들과의 대화는 비리 혐의로 사퇴를 종용받은 내용과 승진 조작 의혹 등이고, 업체 직원들과의 통화는 ‘외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찰에 안 국장의 비리를 거짓으로 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세무조사와 관련해선 한상률 당시 청장에게서 지난해 태광실업의 베트남 현지법인의 세무조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안 국장은 실제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안 국장은 베트남 세무조사에 관여했던 국세청 직원들이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대해 말한 것을 녹취했는데, 여기엔 한 청장이 베트남 세무조사를 왜 해야 하는지 밝힌 내용이 실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과 별도로, 안 국장 쪽은 스스로 작성한 서면 자료 등도 민주당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일었던 도곡동 땅과 관련해 안 국장이 쓴 자료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안 국장은 2007~2008년 포스코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도곡동 땅과 관련한 자료를 봤는데, 실무자들에게 ‘원자료에 대해선 반드시 보안을 유지하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우리가 받은 자료는 세무조사 자료가 아니라 본인이 내용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확인을 해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검찰, 안원구 긴급 접견금지
한편 검찰은 25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중인 안원구 국장에 대해 변호인과 가족 이외의 일반인 면회를 금지하는 접견 금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송영길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안 국장을 만난 뒤 취해진 조치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 국장 변호인단을 구성키로 해, 검찰이 민주당의 안 국장 접견을 원천차단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원구 국장의 구속사유가 2년 동안 자체 감찰해 한 명의 국세청 공무원을 몰아내려고 온통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억지로 범죄사실을 만들어 부인과 연관시켜서 구속시킨 것 같다"며 "직접 접견하고 왔다. 너무나 억울해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래도 되는가. 부부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며 안 국장 부부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권력이 이렇게 한 사람을 짓밟을 수 있나"라며 거듭 정부를 질타한 뒤 "한상률 청장과의 관계, 청와대와의 관계, 박연차 세무조사사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문제가 안원구 국장 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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