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몸싸움을 해서라도 쟁점법안들을 강행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6일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강행처리 방침을 질타한 박근혜 전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때 박 전대표의 분신임을 자처했던 전 의원이 '박근혜 킬러'를 자처하고 나선 모양새다.

전여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오늘 낮에 지역의 원로어른들을 모시고 간단한 점심을 했다"며 "다들 한결같은 말씀-'한나라당원이지만 속상해 죽겠어요. 거, 친이니 친박이니 지금 그럴 땝니까? 다들 경제때문에 죽을 지경인데--'"라며 우회적으로 전날 최고중진회의에서 한나라당 친이 강경파를 질타해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박 전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다들 우울하고 냉소적이었다. 정치인의 말이 속이 빤히 들여다보여서일 것이다. 국민통합이니 하는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 그렇다"며 박 전대표 발언을 '정략적' 발언으로 폄하한 뒤, "여야대화니 국민통합이니 거창한 소리할 것없이 '당안이나 좀 하나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가 화살처럼 쏟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기는 요즘 172석이니 거대여당이니 하는데--한나라당 172석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실한 의심이 있다. 아무래도 80석? 60석? 이유는 한지붕아래 두가족이니까"라며 "숫자야 뭐-100대 70? 아니면 거꾸로? 그 반대 70대 100? 복잡하지만-문제는 '172석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내린 국민들의 시선이다. 마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선진과 창조모임'처럼, 한나라당이 물과 기름같은 '친이와 친박모임'처럼 되버렸다는~따가운 시선"이라고 거듭 한나라당 계파갈등을 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지금 한나라당의 이 위기는 내부분열이 그 원인"이라며 "정당이 끼리끼리 이념과 가치가 같은 이들이 똘똘 뭉치는 곳이다. 그런데 이 172석의 거대정당은 이념과 가치는 비슷할지 몰라도 서로가 계산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되는 일이 없는 헛장사를 지금 두달째 하고 있는 셈"이라며 친이 강경파가 밀어붙이다가 외통수의 난관에 봉착한 현상황을 엉뚱하게 계파갈등 탓으로 돌렸다. 친박계가 적극적으로 친이계의 쟁점법안 강행 처리에 동참을 안해 지금과 같은 외통수 위기에 몰렸다는 푸념인 셈이다.

한편 전 의원이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이라고 밝힌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박 전대표를 정조준해 "박 의원의 발언에선 법(法)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민노당과 민주당이 폭력으로 국회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이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한 분노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양비론을 펴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며 "어느 쪽으로부터도 욕을 먹지 않으려는 경우이든지, 양쪽을 다 비난함으로써 자신은 양쪽보다도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임을 과시하고 싶은 허영의 유혹에 빠진 경우"라고 박 전대표를 비아냥대기도 했다.

조씨와 전 의원의 '코드'가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