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미국의 배신'에 공황 상태
<조선><동아> "미국과 대립 안돼", 한나라 "거론하긴 하되..."
특히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엿새뒤인 오는 8월5일 방한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고민은 더욱 커 보인다.
청와대의 경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독도 분쟁지역화'를 의제를 올릴 것인지를 놓고 외교라인과 정무라인 사이에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라인은 갑작스레 독도문제를 의제로 올리는 것은 결례라는 입장인 반면, 정무라인은 국민정서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다간 국민적 분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쏠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심에 민감한 한나라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3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가 그냥 아무런 대화 없이 넘어갈 수 있겠냐"며 "정식 의제가 아니면 정식 의제 아닌 걸로 해서 또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그러나 이어 "나는 정상회담의 형식이나 격식에 관해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 때가 정말 때인 만큼 미 측에서도 양해를 해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미국측 반응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보수언론들의 반응은 더 어지럽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사설 <"독도 표기 원상 회복 어렵다"는 미국>을 통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을 공개비판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사설은 "현실은 미국이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공연히 한일 간 분쟁에 개입한 것이고, 그로 인해 한일 간 분쟁은 더욱 확산되게 된 것"이라며 "최소한 한국에서는 이번 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비등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이 이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일지 궁금할 뿐"이라며 미국의 조처를 원망했다.
사설은 그러나 이어 "당연히 국내에서는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미국의 공식 입장이 독도에 대한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해도 미국은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독도를 포함한 평화선을 선포한 이후 대한민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데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 이런 미국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밀어붙여 외교적으로 얻을 득이 무엇인지도 잘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한걸음 더나아가 미국과 절대로 대립각을 세워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날자 사설 <이대통령, 외교 기조 재검검하고 새 출발할 때>를 통해 ""전략적 동맹관계로의 격상을 공언했던 미국과는 오히려 이전보다 서먹해졌다는 평가도 있다"며 대미외교의 실패를 지적하면서도 "(그렇다고) 일부 좌파들의 지적처럼 자주를 앞세워 다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북한에 대해 퍼주기 식의 원칙없는 포용정책으로 시종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한미동맹도 잃고 국민의 지지도 잃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토문제'라는 가장 근본적 문제에서조차 노정된 보수진영의 이같은 갈팡질팡이 과연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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