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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궤멸론' 급속 확산

손호철 "대선 끝났다", 정대화 "신당 등 모두 바람앞 등불"

진보진영내 '궤멸론'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대선에서 범여권이 사상 최악의 참패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데 따른 잇딴 경고음이다.

손호철 "대선 끝났다"

진보논객인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10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 '02, 04, 07 광화문'을 통해 "이제 올 대선은 이미 끝난 것인가"라고 물은 뒤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손 교수는 검찰의 BBK 수사발표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이명박 지지를 열거한 뒤, "그러나 개인적으로 대선이 사실상 끝났다고 느끼는 것은 이 같은 흐름 때문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검찰 발표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과 일부 민주화운동 진영의 대응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은 검찰의 발표를 거대한 음모로 몰면서 정치검찰과 부패공화국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한 광화문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나섰다. 민주화운동 진영의 원로들도 부패세력 집권저지를 위한 국민적 저항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며 "이처럼 민심을 모르고 헛다리나 짚고 있으니 대선은 끝났다는 이야기"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2002년, 어려울 것 같던 대선은 미군 장갑차에 목숨을 잃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한 광화문 촛불집회와 함께 극적인 역전극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기적은 2004년 탄핵 때에도 나타났다"라며 과거 두차례 광화문 자발집회를 소개한 뒤 "그러나 장마다 꼴뚜기가 아니듯이 이번 2007년 광화문 촛불시위와 국민적 저항운동은 한마디로 '아니 올시오'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최근 광화문집회 주제인 검찰 BBK수사와 관련, "물론 검찰의 발표가 얼마나 진실인지 알 수 없다"며 "사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 수사를 믿지 않는 국민이 믿는 국민보다, 이 후보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해소됐다고 믿는 국민보다 더 많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국민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처럼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면서도 수사 발표이후 이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현저하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 모순된 경향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결국 많은 국민들은 그동안 민주화 출신 정권, 특히 자신들이 두 차례의 촛불시위를 통해 만들어내고 구해낸 노무현 정권에 대한 엄청난 실망 때문에 이 후보를 찍을 핑계가 필요했고, 검찰이 그 핑계를 제공해준 것이다. 불행하지만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여권과 민주화운동 세력은 촛불시위와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문제를 돌파하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범여권에 필요했고, 지금도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집권 후 무엇을 잘못해 민심을 잃고 의혹 종합세트인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묻지마 식의 지지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는가에 대해 냉철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이같은 반성에 기초해 새로운 국정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려는 노력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이 후보의 의혹에 대한 김경준과 검찰의 한방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패로 끝나자 다시 한번 촛불시위와 반부패 저항운동이라는 헛다리나 짚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후보단일화 역시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라며 "그러니 이미 대선은 끝났다는 것"이라는 탄식으로 글을 끝맺었다.

'이명박 시대' 도래가 눈앞 현실로 다가오자 진보진영내 궤멸 위기론이 급속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대화 "신당, 민노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모두 바람앞 등불"

또다른 진보논객인 정대화 상지대 교수도 9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한검자 부패동맹, 정문권이 연합으로 깨라'라는 글을 통해 "12월 19일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일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조사가 더 필요하고 무슨 예측이 필요하단 말인가"라며 대선 참패를 기정사실화했다.

정 교수는 "높게 성채를 쌓아올린 한검자(한나라+검찰+삼성) 부패동맹 앞에서는 어떤 도전도 용납되지 않으며, 따라서 더 이상의 이변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며 "전국적 규모에서 한검자 부패동맹을 홍보선전하는 수구부패 언론 앞에서 국민들은 감히 판단을 중지한 상태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단체와 조직은 일제히 그 앞에 일렬종대로 나열하여 권력의 따뜻한 배려를 읍소하는 형국이다. 부패동맹은 '실패한 정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로 전선을 파죽지세로 유린하여 조기에 평정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패동맹의 이 강고한 성채 앞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든, 창조한국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민주당이든 누가 감히 도전장을 내밀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하나같이 바람 앞의 등불이요 일엽편주요 추풍낙엽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왜군이 부산 앞바다로 밀려들어와 삼도의 백성을 유린할 때 역적의 손자 이순신은 기묘사화의 잘잘못을 물어 따지지 않았다. 백성의 고통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라며 "대통합민주신당과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4자연대를 통한 대응체제가 불가피하다. '정문권이(정동영+문국현+권영길+이인제)'의 반부패동맹만이 한검자 부패동맹에 맞설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대선후 '진보진영 아노미' 예고

여론조사기관 '민'의 박성민 대표는 10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을 "보수진영에 의한 최초의 진보진영 심판"으로 규정했다. 과거 역대선거가 진보세력에 의한 '보수 심판론'이 주도했던 선거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선거는 '진보 심판론'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인 것.

실제로 진보진영은 '부패 심판론'으로 '진보 심판론'의 물줄기를 돌리려 했으나 검찰 수사발표로 그 시도는 무산됐고, 그후 궤멸 공포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진보진영은 이번 대선이 사상최악의 표차로 참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럴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도 '국정 안정론'이 '견제론'을 압도하면서 이명박-이회창 보수진영에게 개헌 저지선인 의석 3분의 2 이상을 내줄 공산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범여권이 막판까지 단일화에 실패, 사분오열 분열상을 보이는 현상황에선 내년 총선에서의 대참패도 불을 보듯 훤하다는 것.

그럴 경우 새로 출범할 한나라당 정권은 대통령직을 비롯해 국회, 지방자치단체까지 모두 석권하는 군사독재시절이래 최대권력 집중 정권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권은 과거 군사정권과는 달리 모두 '투표'를 통해 절대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과 정통성을 갖게 된다. 진보 진영 곳곳에서 비명에 가까운 궤멸론이 터져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잘못을 했으면 심판 받아 마땅하다. 정권도 바뀌게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러나 진보진영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탄핵역풍때 궤멸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에,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나서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고 전국을 돌면서 붕대를 감아야 할 정도로 유권자들의 두 손을 꼭 잡고 "밉더라도 제발 개헌선만은 저지해달라"고 읍소해 제1야당 자리를 차지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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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0 16
    살길

    월북해라
    수용소에서 아사한 신불출이
    갔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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