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누가 원내대표-대표 맡는지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안철수, CEO와 정치지도자는 자질 다른 것"
3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백 교수는 29일 <중앙>과의 인터뷰에서“책임 있는 인사들이 모여 난상토론부터 해야 했다. 여기에서 철저한 반성이 나와야 했다. 처절한 토론 끝에 ‘계파 싸움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5일 원탁회의 상황과 관련해선 “이해찬 고문이 원래 원탁회의 멤버였는데, 세종시에 출마했다. 당선되고 나서 인사 못하고 떠나 죄송하다고 오찬에 초대했는데 꽤 큰 모임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지, 전체가 모여서 의견 제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이 총리가 인사말 하면서 ‘기왕에 정치권에 복귀했으니까, 당을 추스르는 데 앞장서 보겠다’면서 당 대표 경선에 나갈 뜻을 비쳤다. 나를 포함해 우리 중 몇 사람이 ‘당신이 나간다면 듣자 하니 박지원도 출마한다고 하는데, 계파 싸움으로 가면 국민이 뭐라 하겠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렇지 않아도 박지원을 만나 역할분담을 제안했는데, 오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 덕담 차원에서 ‘잘해보라’고 한 게 다다. 누가 원내대표를 맡고 누가 대표를 맡는지 우리가 알 바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선국면하 원탁회의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야권의 통합과 연대에 있었다. 통합하고 연대하려면 소통을 해야 한다. 다리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거 외에는 원탁회의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선거라는 단기전에서 아주 대단한 내공을 발휘했다.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시대정신에 맞게 국가를 경영하는 건 다르다. 미래를 얘기했지만 뚜렷한 비전을 보여준 건 없다. 상대방을 불안세력으로 몰고, 색깔논쟁을 펴고, 지역주의를 강화하고, 낡은 세력에 기대 이겼기 때문”이라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야권의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후보가 없죠? 대통령 선거라는 건 두 유력한 후보가 다투는 건데, 야권에서 시원한 후보 안 나오면, 비전이나 정책에서 우세해도 선거에서 못 이기는 거다.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뚜렷한 박근혜 대항마가 없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에 대해선 “아직 출마도 안 한 개별 인사에 대해 뭐라 말하기 힘들다”라고 유보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선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렇고, 우리 사회에서는 성공한 CEO가 국가운영도 잘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CEO와 정치지도자의 자질은 다른 것이다. 안 원장은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와 같은 추상적인 말에서 더 구체적으로 나아가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대선주자들이 천안함 문제를 과감히 들고나와야 한다’고 밝혔던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느 분야든 담대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우리 풍토에선 남북문제, 복지 문제도 자칫하면 색깔 프레임에 걸리게 돼 있다. 시쳇말로 ‘쫄지 말라, 쫄지 않을 담력을 가진 사람 아니면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는 얘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비례대표 선출 조작 의혹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에 대해선 “(6월 3일)전당대회를 통해 당 체제만 정비하는 게 아니라 조직문화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현재 진보당의 주류는 옛 민주노동당이다. 민노당의 주도세력은 옛 운동권 세력이다. 독재정치를 돌파하면서 민중·통일 운동을 한 이들인데, 그 시기에 형성된 조직문화가 폐쇄적"이라며 "하지만 이젠 그런 문화로는 이념적으로 동조하는 소수의 추종자만 확보할 수 있지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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