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 '희망과 대안' 창립식장서 난동
'DJ 묘 파헤치기' 퍼포먼스했던 극우단체 또 행사 방해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백낙청 서울대명예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정세균 민주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희망과 대안' 창립식 도중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소속이라고 밝힌 회원 50여명이 행사장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는 앞서 지난달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동작동 현충원 앞에서 김 전 대통령 묘소 파헤치기 퍼포먼스를 벌여 물의를 빚었던 극우단체다.
이들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단상에 몰려들어 마이크를 뺏은 뒤 "왜 국민의례를 하지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애국가를 부르면서 행사 진행을 방해했고, 이 때문에 창립식은 15분여 만에 중단됐다.
이들은 또 창립식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했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향해 "당신들은 왜 이 자리에 있느냐"며 "김대중 같은 공산당이 아니냐"며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정세균 대표는 "우리가 미디어법 반대 운동을 할 때도 200여 분이 오셔서 행사를 방해했다"며 "반칙 정부가 들어서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탄식했다.
박원순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이렇다"며 개탄한 뒤, 극우단체 노인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창립식을 서둘러 끝냈다. 남윤인순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도 ”현재 우리 민주주의 현실을 체감했고,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공식 행사 한 시간 전인 오후 2시 비공개로 창립 총회를 마친 상태여서, '희망과 대안'은 정식 출범했다.
경찰은 뒤늦게 충돌해 창립식장에 난입한 극우단체 회원들을 행사장 밖으로 내보낸 뒤 이들 가운데 홍모 노인(86) 등 1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해 조사중이다.
민주당의 김현 부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오늘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 대한 방해공작 역시 누가 사주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며 "그동안 보수우익단체 회원들은 △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파괴 사건 △ 김대중 대통령 묘소 훼손 퍼포먼스 △민주당 언론악법 원천무효 거리 홍보 활동을 조직적으로 빈번하게 방해했다"며 배후로 정부를 지목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은 야당,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반면, 국가 공권력이 보수우익단체의 난동에는 반인륜적 패륜행위를 방조해 왔다"며 "더구나 서울광장도, 서울역도, 마로니에 공원도 아닌 실내에서 치러지는 시민단체의 창립식조차 위협받고, 방해받을 정도로 이명박 정권하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개탄하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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