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국', <중앙>과 <조선>의 차이
<중앙> "변희재-지만원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 적잖아" <조선> "진정한 보수의 길, 사람의 태도와는 거리 멀어"
'서거정국'에 대응하는 보수진영내의 미묘한 차이가 읽히는 대목으로, 향후 보수진영내 논쟁 여부가 주목된다.
<중앙일보> "변희재-지만원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 적잖아"
오병상 논설위원은 이날자 기명칼럼 <경희궁과 덕수궁>을 통해 정부분향소가 설치된 경희궁 옆 서울역사박물관과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덕수궁 앞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지적한 뒤, "정치 보복이란 주장은 꽤나 광범하게 퍼져있는 듯하다"며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정세균 대표 등의 주장을 거론하며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였을까"라고 반문했다.
오 논설위원은 이어 "반면 이런 주장에 대한 매우 강한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며 "젊은 우파 논객 변희재씨는 '노 전 대통령은 측근 살리고자 몸 던진 조폭 보스'라며 '국민 세금 1원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만원씨는 '시체 가지고 유세하는 노사모 못 보겠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내보였다. 결국 노무현을 죽인 것은 노무현 본인, 혹은 비리를 저지른 측근이란 얘기"라며 이들의 주장을 소개한 뒤, "추모 열기 속에서 고인을 비난하긴 어렵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속으로 공감하는 사람은 적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진짜 노 전 대통령을 죽인 원흉은 ‘대통령’이란 자리다. 지나친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 제도가 비극의 원인"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진짜로 몰랐다고 치자. 그렇지만 형이나 부인이 수억원의 돈을 받아 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대통령의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력이 지나치다 보니 친인척까지 권력자가 됐다. 농협이 알짜 회사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싸게 넘긴 것은 형의 권력이 통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정치 보복의 가능성을 믿는 이유도 대통령이 검찰을 정치적으로 몰아갈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제에서 이번 서거 사태의 원인을 찾으며 대통령 절대권력 견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조선일보> "진정한 보수의 길, 사람의 태도와 거리 멀어"
같은 날 <조선일보>의 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장도 <상복은 검고 국화는 희다>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동일한 주제를 다뤘다.
박 부장은 우선 변희재씨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대통령) 예우를 박탈하게 되고, 노 전 대통령은 바로 그러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국민장에 반대한 주장에 대해 "법원 판결확정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기본적인 원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당수 국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의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무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뉴라이트연합 상임의장을 지낸 김진홍 목사, 지만원씨 등의 막말들을 열거한 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우리 국민이 망자 앞에서 유난히 너그럽고 감정적이 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살기 힘든 우리 땅에서 살아내고, 그리고 세상을 뜬 사람에 대한 '예외없는 부의(賻儀)'라고 생각해야 할 일"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어쩌면 이런 분들 발언의 바탕에는 망자에 대한 애도가 어떤 집단이나 권력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떤 세력들은 애도를 '증오 에너지'로 바꾸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건 그 상황이 닥치면 헤쳐나가야 할 일"이라며 "그런 이유로 망자에 대한 순수한 연민과 애도에 상처를 내는 건, 진정한 보수의 길, 사람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의 상가에서든, 상복은 검고 국화는 희다"는 꾸지람으로 글을 끝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