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외압' 파문 확산
법원 노조 "신영철 사퇴하라", 판사들도 "있을 수 없는 일"
법원공무원노조는 5일 오후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재판 진행과 관련해 이메일을 보내고 사건 배당과 양형에 개입한 것은 법관의 독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신 대법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근 정권의 압력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있다"며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대법원을 압박했다.
서울 서부지법의 정영진 부장판사, 동부지법의 이정렬 판사, 남부지법의 김영식 판사, 울산지법의 송승용 판사 등 판사들도 잇따라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신 대법관의 행위를 강도높게 질타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윤리감사관 등이 참여하는 10명 안팎의 진상조사팀을 구성, 신속하게 경위 파악에 나서겠다"며 진상조사 착수 방침을 밝혔다.
신 대법관은 촛불집회 재판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7~11월 자신이 법원장을 맡고 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 단독판사들에게 여러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는 지난해 11월6일 보낸 '야간집회 관련'이란 제목으로 촛불사건 재판을 맡은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그는 메일에서 "부담되는 사건을 후임자에게 넘기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구속사건이든 불구속사건이든 그 사건에 적당한 절차에 따라 통상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어떠냐"며 신속한 촛불재판을 주문했다. 그는 또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외부(대법원과 헌재 포함)의 여러 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라고도 덧붙였다.
신 대법관은 이 같은 내용을 대내외에 비밀로 할 것을 당부하면서 본인이 직접 읽어보라는 뜻의 '친전(親展)'이란 한자어도 달았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24일자 <야간집회위헌사건에 대하여>란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선 "야간집회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을 2009년 2월에 공개변론을 한 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변론하지 않고 연말 전에 끝내는 것을 강력히 희망한바 있으나, 결정이 미뤄지게 되어 나 자신 실망을 많이 하였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그렇게 하여 위헌여부의 결정을 반영하여 2월 재판부 변경 전에 어려운 사건을 모두 끝내고 후임 재판부에 인계하려던 나와 판사님들의 계획이 상당부분 차질을 빚게 되었다"며 거듭 유감을 표명한 뒤, "피고인이 그 조문의 위헌여부를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과도 관계 없다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종국하여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주십사고 다시한번 당부드린다"며 헌재 결정을 기다리지 말고 신속한 촛불재판 진행을 촉구했다.
신 대법관은 앞서도 촛불재판 '몰아주기' 파문 등에 대해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던 만큼 이번 이메일 공개는 그의 해명이 거짓말이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며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신 대법관이 보낸 이메일 전문.
[2008년 7월15일]
제목: 형사단독판사 간담회
<대내외비>, <친전>
안녕하십니까. 법원장입니다.
형사단독판사님들의 간담회(양형연구 위원회)를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개최하고자 하오니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2008. 7. 15(화). 09:20
장소: 동관4층 소회의실(법원장실 옆)
참석범위: 법원장, 형사단독판사(영장전담, 수석부 배석제외)
취지:
1. 양형의 통일적 운영
2. 형사재판 운영에 관한 제문제
요망사항: 법원장으로서 ‘소통과 배려’에 문제가 있었음을 말씀드리는 기회이고 향후 형사재판 운영에 관한 속 마음을 솔직하게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고자 하오니, 모임에서 논의된 사항이나 모임 그자체도 대외적으로는 물론 대내적으로도 비밀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원장으로서도 모임 현장에서 언론의 자유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요청입니다.
[2008년 10월14일]
제목: 대법원장 업무보고
어제 회의에 참석하신 판사님들께만 전해드립니다.
오늘 아침 대법원장님께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가 있어, 야간집회 위헌제청에 관한 말씀도 드렸습니다.
대법원장님 말씀을 그대로 전할 능력도 없고, 적절치도 않지만 대체로 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으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1. 위헌제청을 한 판사의 소신이나 독립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2.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법원이 일사분란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하여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두가지 메시지 였습니다.
구속사건 등에 대하여 더 자세한 말씀도 계셨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우리법원 항소부에서는 구속사건에 대하여는 선고를 할 예정으로 있는 것 같습니다(저와 상의하여 내린 결정은 아닙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으시면 제가 잘못 전달한 것으로 해 주십시요. -법원장 드림-
[2008년 11월6일]
제목: 야간집회관련
<대내외비>,<친전>
형사단독판사님께
확신하기는 어려우나 야간집회 위헌여부의 심사는 12월5일 평의에 부쳐져, 연말 전 선고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2월이 되면 형사단독재판부의 큰 변동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모든 부담되는 사건들은 후임자에 넘겨주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또 우리 법원의 항소부도 위헌 여부 등에 관한 여러 고려를 할 것이기 때문에, 구속사건이든 불구속 사건이든 그 사건에 적당한 절차에 따라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떠냐하는 것이 저의 소박한 생각입니다.
또 제가 알고 있는 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외부(대법원과 헌재 포함)의 여러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법원장 드림-
[2008년 11월24일]
제목: 야간집회위헌사건에 대하여
<대내외비> <친전>
존경하는 우리법원 형사단독 판사님들께
야간집회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을 2009년 2월에 공개변론을 한 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변론하지 않고 연말 전에 끝내는 것을 강력히 희망한바 있으나, 결정이 미뤄지게 되어 저 자신 실망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위헌여부의 결정을 반영하여 2월 재판부 변경 전에 어려운 사건을 모두 끝내고 후임 재판부에 인계하려던 저와 판사님들의 계획이 상당부분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이 그 조문의 위헌여부를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과도 관계 없다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종국하여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주십사고 다시한번 당부드립니다. -법원장 드림-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