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가 마침내 제 무덤을 팠다"
<기자의 눈> 상류층 2% 위해 종부세 없애고 국민 재산세 인상...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23일 탄식하며 한 말이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정부와 당 지도부간 종부세안에 대한 비강남권 의원들의 대성토가 있었다. 하지만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 의원들의 강행 의지는 강력했고, 청와대의 강성기류를 의식한 당 지도부도 반드시 당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총이 끝나고 이날 오후 당 지도부까지 크게 당황해하는 등 분위기가 급변했다. 강만수 장관의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종합부동산세 완화로 줄어드는 세수를 재산세 인상을 통해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초상류층 2%의 세금을 줄여주는 대신 집있는 국민 모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앞서 "강만수가 제 무덤을 팠다"고 개탄한 의원은 다음과 같이 강장관을 질타했다.
"2% 초상류층만 빼고 나머지 국민을 모두 적으로 돌리겠다는 거냐 뭐냐. 우리나라에 제집 갖고 있는 사람은 국민의 절반에 달한다. 우리나라 집값이 워낙 살벌하게 비싸다보니 제집 있는 사람을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초상류층 2%가 내는 종부세를 없애고 그만큼 줄어드는 세금을 중산층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은 중산층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아니다.
어디 중산층만 분노하겠나. 집없는 서민들은 얼마나 어이없겠나. 강만수 말대로 하다간 이명박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까지도 붕괴할 것이다. 강만수는 이제 바꿔야 한다."
대다수 다른 의원들도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버블세븐 의원 빼고는 모든 의원들이, 친박-친이 정파 구분없이 모두가 강 장관을 성토하고 있다.
이명박계의 한 의원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 체면을 봐서 참고 참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강 장관을 계속 옆에 뒀다간 이 대통령 자체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강 장관 하는 행태를 보면 가까운 시일내 법인세 내려 세수가 줄어드니 국민들이 내는 부가가치세를 올리자고 할 사람"이라며 "국민들 억장 지르는 일만 골라하는 강 장관은 이제 갈아쳐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래도 이 대통령이 강 장관을 감싼다면 소망교회 연 때문이라는 비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이 대통령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종부세 완화안 강행 입장을 분명히 하던 한나라당 지도부도 파문이 일자 꿀먹은 벙어리처럼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파문이 크게 일자, 이날 저녁 애꿎은 행정안전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재산세율 인상 계획은 없다"고 긴급진화에 나섰다. 재산세 주무부처가 기획재정부라는 점을 감안할 때, 파문이 확산하자 대신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 측근인 한 의원은 "도통 이 대통령이 왜 그리 강 장관을 감싸는지 모르겠다. 강 장관이 워낙 이 대통령 비위를 잘 맞추지만"이라면서 "그러나 아무리 강 장관이 예뻐도 이제는 이 대통령이 읍참마속을 해야 할 때"라고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공은 이제 이 대통령에게 넘어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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