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5일 서울 도심은 진보-보수진영이 각각 '방한 반대', '방한 환영' 행사를 개최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울에 갑호비상령을 발령한 경찰은 이날 광화문, 미 대사관, 청계광장, 서울광장 일대에 무려 2백25개 중대 2만4천여명의 경력을 배치했으며 시위 진압 부대인 경찰관기동대도 총동원됐다.
'갑호비상령' 경찰, 2만4천여명 동원
불법집회 및 가두시위에 대해 엄정 대응을 경고한 경찰은 현재 청계광장 일부를 점거했으며 대책회의의 무대차량을 견인해 대학생단체와 충돌하는 등 초반부터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또 서울광장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차선 전면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쌓아 차도 진입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경찰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부시 방한 반대' 90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파병반대국민행동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오후 5시 30분부터 5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종로 보신각 앞에서 '부시 OUT! 이명박 OUT!'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한미FTA범국본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종로 보신각 앞에서 부시 방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최병성 기자
5천여시민, 90차 촛불문화제 참가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주한미군 지위변경 문제, 이라크 지원문제, 한미FTA 국회 조기 비준문제, 북핵문제 등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모두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런 의제들이 지난 정상회담처럼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일방적 퍼주기 협상으로 다뤄져서는 결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은 동북아 일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 민중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므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추세속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찰을 동원해 갑호비상령을 발령해 국민들의 의사표현을 마치 테러행위와 같이 취급하며 탄압하고 있다"며 "만일 이번에도 동맹 복원의 미명 아래 퍼주기 협상이 되풀이 된다면 수백만의 촛불은 수천만의 촛불로 더 크게 번져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오후 7시께 집회를 마무리짓고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청계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통해 이동한 후 합류했다. 청계광장에는 현재 5천여명의 시민들이 촛불문화제 시작에 앞서 집결해있다.
시민들은 오후 6시 30분 이후부터 합류 규모가 늘고 있어 대책회의는 오후 8시께 1만여명을 넘어서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광장에는 무려 3만에 육박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부시 방한 환영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최병성 기자
보수 3만 운집, 대형 성조기-태극기 서울광장 상공에 띄워
반면, 국민행동본부, 재향군인회, 한국자유총연맹,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로 구성된 '애국시민대연합'은 서울광장에서 오후 4시부터 부시 방한 환영 행사를 시작했다.
서울광장에는 무려 3만여명의 인원이 운집해 최근 보수집회 가운데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오후 4시 한기총 주관 구국기도회에 이어 오후 6시부터 성악가들의 애국가와 미국 국가 합창을 시작으로 부시 방한 행사로 전환했다.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은 개회사에서 "미국은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유일한 동맹국이며 앞으로도 필요한 세계 유일의 동반국가"라며 "3달째 촛불을 들고 있는 친북좌파세력에게 우리의 세력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친북 좌파세력은 촛불시위를 당장 중단하라"며 "만일 계속해서 한다면 애국시민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한다. 현 정부는 확고한 의지로 KBS, MBC를 비롯해 각 분야의 친북좌파를 색출 소탕해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구국기도회 설교에 나선 조용기 목사는 또 한번 촛불집회 세력을 '마귀'에 비유했다. 조 목사는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어려움과 공포는 배후인 원수 마귀 때문"이라며 "방송국과 인터넷과 신문을 점령하고 있는 원수 마귀를 우리의 기도를 통해 쫓아내자"고 말했다.
조용기 "방송국-인터넷-신문 '마귀'들이 점령해"
이들은 한 손에는 성조기,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부시 방한 환영한다', '친북좌파 촛불집회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광장 상공에는 대형 에드벌룬이 띄어졌다. 대형에드벌룬에는 '한미동맹 강화 WELCOME PRESIDENT BUSH'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이어붙인 대형 깃발이 걸려있다.
현재까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과 보수단체 회원간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경찰이 완충역할을 하지 않고 있어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촛불 시민과 보수단체 회원간 물리적 충돌 조짐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경찰도 이들의 통행을 제지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저 주변을 제외하고는 청계광장과 시청 앞 광장까지 원천봉쇄하지도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