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계종 총무원장, 신분증 보자. 트렁크 열어"
"총무원장 차는 더 철저히 조사해야", 조계사 "우리가 범법자 집단이냐"
경찰 "총무원장스님 차는 더 철저하게 검색해야"
29일 조계종과 경찰 등에 따르면, 촛불 수배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이들의 출입 여부를 감시하고 있던 사복 경찰관 2명과 전의경 2명 등 4명의 경찰은 이 날 오후 4시30분께 외부 일정이 있어 출타하려던 지관스님이 탄 승용차를 조계사 앞에서 멈춰 세우고 검문을 하려 했다.
이에 조계사 호법부(비서실) 스님들이 "총무원장 차량이니 검문을 삼가달라"고 당부했으나, 경찰은 이를 일축한 뒤 지관 스님은 물론 차에 타고 있던 수행 스님 등 4명의 신분증을 모두 검사한 뒤 차량 내부와 트렁크까지 열 것을 요구했다.
조계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 조계사 관계자들은 "총무원장스님이 외부 일정을 위해 나가신다"며 거듭 검문 중단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총무원장스님 차는 더 철저하게 검색해야 한다"고 냉소한 뒤 검색을 강행했다.
이같은 사실을 접한 조계사 중앙종무기관 내 국부장 스님들과 종무원 등 1백여명의 불자들은 이 날 오후 6시 인근 종로경찰서로 몰려가, 종로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경찰은 조계사에서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지관 총무원장 스님, 서울청장 사과 방문 '거절'
뒤늦게 보고를 받은 우문수 종로경찰서장은 이 날 오후 7시께 부랴부랴 조계사 앞 일주문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던 조계사 스님들과 종무원들을 찾아 사과하는 등 연신 머리를 숙였다. 우 서장은 총무원 호법부장인 정만스님 등에게 "진상을 파악해 반드시 발표하겠다"며 "잘못이 있으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진화에 급급했다.
일주문 앞에서 농성중이던 스님들은 그러나 "서장으로는 안 된다"며 "어청수 경찰청장이 직접 와서 사과하라"며 분을 가라앉히지 않았다.
사태가 커지자 급기야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조계사를 찾아와 정만스님 등을 면담하며 이번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이 총무원장 차량인 줄 모르고 근무에 임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 청장은 이 날 지관스님을 직접 만나 사과 입장을 전달 할 계획이었으나 지관 스님은 매우 언짢음을 표시하며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 "사찰 앞 경찰검문, 수행 침해라고 철수 요청했으나 경찰이 묵살"
한편 조계사측은 이번 일이 "예고된 사건"이라고 경찰을 맹비난했다.
경찰은 이 달 초부터 수배중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 등을 체포하기 위해 조계사 출입자에 대한 강도높은 검문, 검색을 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지난 27일부터는 조계사 일주문과 후문, 우정국 공원 출입로 등에 경찰력을 배치하는 등 불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을 무차별 검문해, 조계사로부터 직접 이에 대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세용 조계사 총무과장은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에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계가 강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8일 오전 종로경찰서에 수행환경 침해를 자제해달라는 항의의사를 전달했었다"고 밝혔다.
세영 조계종 사회부장 스님은 "조계사 출입시 검문검색 하는 것을 일반인들은 불교 자체의 검문검색으로 인식해 불교탄압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불교를 범법자 집단으로 여기는 검문검색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단 직원들의 모임인 '조계종 종무원조합 원우회'는 30일 오전 10시 조계사 앞, 경찰청 등에서 항의집회를 열어 어청수 경찰총장의 직접사과와 조계사 내 배치된 경찰 철수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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