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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교계 "전두환 정권도 이러진 않았다"

불교계 인사들, 경찰청 앞 항의집회

"7월 29일 백주 대낮에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 조계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막무가내로 나가는 경찰을 통해 저지른 불교에 대한 공개적인 선전포고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에 대한 경찰의 불심 검문 파문이 불교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 조계종 원우회 등 불교단체들과 신도 1백50여명이 30일 오후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 삭발식을 거행하고 총무원장 검문검색에 대한 항의공문을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경찰과 실랑이 끝에 무산됐다.

이들은 앞서 오후 4시께 조계사에 모여 경찰청까지 2개 차선을 이용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가두행렬의 선두는 시국법회추진위원회 대변인 지곤 스님, 상황실장 효진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성묵, 혜인스님이 이끌었고 신도들은 '불교모독, 종교편향, 이명박 대통령은 사죄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들고 뒤를 따랐다.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경찰의 불심검문에 항의하는 1백50여명의 스님, 불자들이 30일 오후 조계사에서 경찰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최병성 기자

신도들의 이밖에도 '스님들이 범법자냐, 무단 검문 웬말이냐', '종교현향 자행하는 어청수는 퇴진하라', '8월 15일 하안거 해제하는 날 전국 스님 다 모인다' 등의 대정부 성토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오후 4시 20분께부터 경찰청 앞에 연좌해 1시간 30여분간 각 불교단체의 성명서를 낭독하는 등 항의집회를 진행했다.

총무원장 검문검색에 대한 경위 설명에 나선 조계종 원우회 관계자는 "경찰의 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은 범죄가 농후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한국 불교의 큰 어른이자 2천만 불자의 대표인 지관스님이 범법자냐"며 "이는 한국 불교를 깔보는 경찰의 조직적인 폭거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조계종 중앙종회의 성묵스님과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 송한식 위원장이 각 단체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연석회의는 성명을 통해 "그동안 전국 경찰복음화에 앞장서 온 어청수 경찰청장의 지시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직접 검문 검색한 사건은 무조건 불교를 탄압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연석회의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즉각 파면과 이명박 정권의 발로참회(發露懺懷)를 요구하며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종식을 위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단체의 성명서 낭독이 끝나고 곧바로 장영욱 조계종 원우회 회장, 이세용 조계사 총무과장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1백50여명의 스님과 불자들은 오후 4시 20분께 경찰청 앞에서 1시간 20여분간 항의집회를 열었다.ⓒ최병성 기자

경찰청은 이날 청사 정문을 차단하고 청사 내부 곳곳에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최병성 기자


삭발을 마친 장 회장은 "경찰이 어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지휘라인을 파악하고 반드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종교편향 행위 재발 방지를 약속한 지 일주일도 안돼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선 어청수 청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5시 10분께 항의집회를 마무리하고 경찰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5명의 대표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항의서한 전달 방법을 놓고 경찰청 측과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며 연좌농성이 20여분간 지연됐다.

집회 주최측은 5명의 대표단이 청내에 들어가 서한을 전달하는 사이 청사 앞마당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청은 대표들만 들어가고 신도들은 인도로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관 스님을 비롯한 대표단은 20여분간 "길을 열라"고 요구했고 이를 지켜보던 신도들도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양측이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조계종 원우회장과 조계사 총무과장이 경찰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삭발식을 단행했다.ⓒ최병성 기자

한 신도는 "우리가 폭도냐, 종교를 무시하고 탄압한다는 건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같이 악랄한 정권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며 경찰을 맹비난했다.

결국, 경찰이 방침을 굽히지 않자 분노한 스님들과 신도들은 항의서한 전달을 취소하고 경찰청 앞에서 항의서한과 삭발한 머리카락, 피켓들을 태우고 5시 40분께 자진해산했다.

시국법회 추진위 대변인 지관 스님은 "오늘 우리는 또 다시 수모를 당했다. 이게 불교계를 탄압하는 현 정부의 현실이며 MB정부 들어 지속되는 불교 말살 정책의 한 단면"이라고 경찰 측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명동성당에서 집회 할때 카톨릭 수장이 불심 검문을 당한 적이 있냐"며 "우리 총무원장님이 몸소 신분증까지 제시했지만 '총무원장이니 철저히 검문해야한다'는 망발을 일삼는 행태는 경찰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그는 "이제 우리 다시 한번 모여 어청수 청장 뿐 아니라 MB정부에 우리의 의사를 강력히 전달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모여 MB정부를 심판하자, 이제 불교계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불교계 대표단 5명은 이날 항의집회 후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청과 실랑이 끝에 무산되자 이를 모두 불태우고 자진해산했다.ⓒ최병성 기자

불교계, 범불교 차원 '시국법회' 경고

성묵 스님도 "우리 다시 준비해서 이곳으로 되돌아오자"며 "우리가 죽는지 경찰청장이 죽는지 어디 한번 해보자"고 극한 분노를 표출했다.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불법검문 사건 진상 조사 및 관계자 엄중 문책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조계사 주변 경찰력 즉각 철수 등 3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오는 8월 5일까지 기다린 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스님들의 하안거가 해제되는 8월 15일을 기점으로 전국불교도대회, 전국승려대회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관 스님은 "전국불교도대회를 통해서 제2의 시국법회가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고 조계종 한 관계자도 "범불교 차원의 역사적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산문 폐쇄"를 경고하는 등 불교계의 대정부 압박의 강도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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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5 개 있습니다.

  • 9 12
    정영도

    설마
    조계종 총무원장이니 검문검색을 더 철저히 해야 된다? 설마 아니겠지요?
    우리나라 경찰이 뭐 어린애도 아니고 빨갱이도 아닌데 설마 그럴라구요.
    뭔가 잘못 되었을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나 어청수 경찰청장이나 다 훌륭한사람인데 설마 그럴라구요.
    그저 오해이길 간절히 빕니다.
    그래도 세치혀는 살아 있기 때문에 검문을 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종교 백화점 대한민국에 어느 간 큰 사람이 함부로 날뛰는지 원 참!

  • 18 10
    역시경찰들..

    목사들은 무서워서 터치도 못하면서 만만한 승들만 건드리는군요..
    조만간 티벳사태처럼 공권력이 승려들 개패듯이 패는장면이
    전세계1면으로 보도될거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 24 14
    나그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 마오
    불교는 좋은 게 좋은거라고 왠만하면 발끈안한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정도가 극에 달해 이 타이밍을 만나 폭발한 것 뿐이다 그리고 스님들 성질 왠만하면 건드리지마소~ 재산이 있나 처 자식이 있나 집이 있나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서 한번 열받으면 감당 못하오 산문폐쇄해버리면...그 영향 엄청날텐데...쩝

  • 22 7
    어허이것참

    내용이나 제대로 아는지?
    단순히 검문검색이라면 글쎄, 이렇게 까지들 할까요?
    상황과 내용을 좀 더 파악하신 후 글을 올리심이...
    역시 민주공화국대한민국이 봉헌(?)되어야하는가요?

  • 15 32
    기막혀

    중들이 심하게 깝치네
    그 어르신은 검문하면 안되나? 무슨 치외법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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