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정규직은 집회도 차별 받나"
경찰, 30분간 청계광장 비정규직 집회 원천봉쇄
경찰은 사전신고 대상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촛불문화제를 '미신고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4개 중대를 투입, 원천봉쇄에 나섰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아고라 네티즌들의 깃발을 압수해 노동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미신고 불법집회가 누적돼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신고된 집회 이외에는 모두 원천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 주관 촛불문화제, 경찰 해산 경고
청계광장의 대부분을 점거한 경찰은 오후 7시 20분께 경력을 철수시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촛불문화제가 시작됐지만 경찰은 이후에도 경고방송을 계속하며 해산을 종용하고 있다.
종로서 경비과장은 오후 8시 4분 현재 세 차례 경고방송을 통해 "여러분들은 현재 미신고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즉각 해산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찰의 잇단 경고에도 촛불문화제는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문화공연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광장에는 시민 5백여명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으며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유세차량의 홍보영상이 조명을 대신하고 있다.
보수단체인 '나라사랑기도회'는 오후 7시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윤송단 이랜드 노동조합 조합원은 "비정규직이라서 집회도 차별받는 것 같아 더 서럽고 억울하다"며 "여성 노동자를 밀어내고 깃발을 빼앗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가 촛불 의제로 등장하는 것이 두려워서인가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승윤 뉴코아 조합원은 "아무리 뼈 빠지게 열심히 일해도 부당하게 월급받고 10년, 20년이 지나도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런 가난을 후손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우리도 사람이다. 짓밟으면 아파하고 무시하면 저항할 줄 안다.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비정규직 투쟁은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일터의 광우병"
기륭전자 조합원도 발언에 나섰다. 1천64일차 파업투쟁, 42일차 단식농성 등 최장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최은미 조합원은 "광우병 쇠고기를 막는 투쟁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며 "미국 앞에 식량주권 팔아먹은 것에 항의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고 나선 노동자에게 경찰 방패로 찍었다. 다를 게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정규직은 일터의 광우병이다.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피해가고 싶다고 피해갈 수 없다"며 "노동자의 8,90%가 비정규직과 용역직이다. 이를 피하면 생계 꾸려갈 수 없고 많은 이들이 비정규직이라도 뼈빠지게 일하지 않으면 아이들 공부를 가르칠 수 없다. 우리의 부모들이고 우리 자식들이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 전체 국민의 문제로 보고 함께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김영선 KTX 여승무원 조합원도 "우리 KTX에 들어갈 때 아무도 우리에게 비정규직이니 하청업체니 말하지 않았고 2년 후에야 소모품으로 쓰여지는 비정규직이라는 걸 알았다"며 "비정규직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일이고 우리 자식의 일이다. 우리 자식에게 광우병 쇠고기 먹일수 없듯이 우리도 자식들에게 비정규직의 설움 물려주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게 깃발을 빼앗긴 아고라 네티즌도 발언에 나서 "오늘까지 깃발만 7번을 빼앗겼다"며 "5년 내내 2MB퇴치, 조중동 폐간, 한나라당 해체의 그날까지 계속해서 깃발을 새로 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애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윤애림 정책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의 저지를 호소했다.
윤 위원은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민영화, 사유화를 기세좋게 이야기하다 촛불 저항에 부딪히니 선진화라고 말을 바꿨다"며 "이는 마치 늑대를 피하려다 범을 만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문화제, 23일 KBS-조계사-청계광장서 열려
그는 민영화 과정에서 수천여명의 구조조정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던 한국통신 사례를 거론하며 "결과적으로 한국통신 지분은 외국으로 넘어갔고 3만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되고 노동자는 어제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계약직과 용역직으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부문이 바꿔야하는 것은 맞다. 부패도 비효율도 없어져야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국민들이 돈이 있건 없건 최소한의 기본적 서비스를 누리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아울러 그런 서비스를 위해 조금 더 인간다운 일자리에서 일하기 위해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3차 경고방송을 내보냈지만 청계광장으로 진입하는 골목에 경력을 배치했을 뿐, 구체적인 진압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제 주최측은 촛불문화제를 오후 9시까지 진행한 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복직투쟁을 담은 극영화 <안녕? 허 대짜 수짜님!>(금속노조현대자동차지부, 노동자뉴스제작단 공동제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한편, 23일 촛불문화제는 청계광장과 KBS 앞, 조계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아고라 네티즌들은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촛불을 들며 이날 경고 총파업에 돌입하는 언론노조는 청계광장에서 77차 촛불문화제를 연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수배자들이 장기 농성 중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수배자와 가족들, 불자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문화제를 개최한다. 민중가수 안치환씨가 문화제를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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