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한국사회가 버거킹 거짓말하게 만들어"
"거짓말이 사실을 이기니 거짓말하게 되는 회사가 나오는 것"
거짓말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천문학적 소송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뒤늦게 진실을 밝힌 버거킹 입장에서 보면 눈물나게 고마운 주장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사설 '햄버거 회사를 거짓말하게 만드는 한국사회'를 통해 버거킹이 거짓말을 했다가 말을 번복한 경과를 소개한 뒤, "미국 햄버거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햄버거를 먹는 미국 소비자들 중 '30개월'을 따지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개월이 아니라 120개월 된 소에서까지 광우병 발생 사례가 확인된 적이 없으니 이 이슈가 사회 문제가 될 까닭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광우병 파동이 벌어져 있는 대한민국에선 '햄버거에 30개월 넘은 쇠고기가 쓰인다'는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사실조차 마치 무슨 범죄나 되는 양 몰리고 있다"며 "'한국버거킹'은 '30개월 넘은 쇠고기가 쓰인다'는 보도가 나간 뒤 심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햄버거에 30개월 넘은 쇠고기가 안 쓰인다'는 사실과 다른 말을 다른 곳도 아닌 신문사에 써 달라고 반론 요구까지 해야 했다"며 버거킹의 고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시했다.
사설은 "무엇이 멀쩡한 회사를 결과적으로 거짓말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는지, 그 광풍(狂風)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광우병 파동 자체가 거짓말 위에 쌓은 집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정상이 통하지 않고 '미국소=광우병'이라는 비정상이 더 활개를 친다. 이렇게 거짓말이 사실을 이기니 거짓말하게 되는 회사가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풍'에 휩싸인 한국사회가 버거킹이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인 것.
사설은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광우병 거짓말을 해야 하는 회사와 개인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 때 이 파동도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며 "거짓말은 언젠가 탄로난다. 그러나 탄로날 때까지 긴 시간 동안 사회는 골병이 든다"는 악담으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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