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계 유승민 의원이 21일 자신에 대해 '대운하 정부보고서 변조' 의혹을 제기한 이명박계 정두언 의원에 대해 두명 중 한명이 옷을 벗자고 정면대응에 나섰다.

박근혜 최측근과 이명박 최측근이 정면격돌한 것으로, 양측간 갈등이 마침내 '의원직을 건 전면전'으로 치닫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유승민 "정두언, 나와 둘 중 하나 옷 벗자"

발단이 된 것은 정 의원이 이 날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문서파일이 특정캠프 모 의원에게 넘어갔으며, 그 의원이 일부 내용을 변조하고 그게 모 언론사에 넘어간 것"이라고 한 발언. 즉 유 의원이 정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내용을 변조한 뒤 이것을 <중앙일보> 산하 <이코노미스트>로 넘겨 기사화했다는 의혹 제기를 한 셈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에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수자원공사 보고서의 존재 가능성은 본 의원이 5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밝혔고, 그 동안 이명박 캠프가 계속 본 의원을 배후로 지목했던 만큼 오늘 정두언 의원의 발언은 본 의원을 말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정 의원 발언대로라면 본 의원은 이 정권과 내통하여 공문서를 위.변조한 범죄인으로, 정두언 의원의 발언은 100%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 의원이 문제 삼은 '정부보고서 사전 인지'와 관련, "수자원공사 직원이 우리 캠프 외곽조직 인사에게 그런 자료가 있더라고 제보해서 알게 됐다"며 "전혀 그 구체적인 내용은 본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고 정두언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한다"며 "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본인은 국회의원 직을 그만두겠다. 그러나 반대로 정 의원의 발언이 허위라면 정 의원은 당장 국회의원 직을 그만두라"고 두사람 중 한명이 옷을 벗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같은 당 식구를 검찰에 고발까지 하고 싶지는 않기에 이같은 정치적 제안을 한다"며 "정 의원이 말한 특정캠프가 박근혜 캠프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하면 정 의원답지 못한 것이고, 박근혜 캠프는 맞는데 유승민 의원은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도 정두언 의원답지 않다"고 거듭 정 의원을 압박했다.

유 의원은 더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강재섭 지도부에 대해서도 "지금 이명박 캠프에서 우리를 보고 노무현 정부와 내통하는 간첩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당이 가만히 있는다"며 "내일 있을 정부 규탄대회는 무슨 이명박 캠프 차원의 규탄대회냐"고 비꼬았다.

서울대 동기 유승민-정두언 정면 격돌

이번에 정면 격돌한 유승민-정두언은 둘다 양 대선후보가 애지중지하는 최측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2004년 총선에서 처음 금뱃지를 단 초선의원으로, 정두언 의원은 서울(서대문구 을)에서, 유승민 의원은 대구(동구 을)에서 배지를 달았다.

각각 이명박-박근혜 밑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들로, 정가에서는 정두언 의원을 '이명박 안기부장',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비서실장'이라 부른다.

정두언 의원은 1957년생, 유승민 의원은 1958년생이며, 1976년 나란히 서울대 상대에 합격한 동기생이다. 정두언 의원은 무역학과, 유승민 의원은 경제학과 출신으로 둘 다 박사학위 소지자다.

대학 동기생의 정면 격돌이 어떻게 결론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