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음독자살
주민 유언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
경남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 고 유한숙(74) 씨는 지난 2일 제초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해 병원치료를 받던 중 6일 새벽 숨졌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유 씨는 지난 4일 오전 밀양송전탑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가족을 만나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밝혔다.
유 씨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런데 지난 11월에 한전 과장 1명과 또 다른 1명이 찾아왔다. 그 때 우리집이 송전선로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됐다. 150미터인지 200미터인지 가까이에 철탑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말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유 할아버지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한전에게 묻겠다. 정녕 송전탑이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인가. 또 다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며 어물쩍 넘길 것인가. 그 ‘소’가 있기에 정부도 있고, 한전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 ‘소’가 바로 민심이요, 곧 천심"이라며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지안 정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고 이치우님과 고 유한숙님 등 이렇게 주민들의 안타까운 죽음의 모든 책임은, 밀양 주민들의 8년여에 걸친 송전탑 반대 운동에도 불구하고 주민 의견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해온 당국과 한전에 있으며, 현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집권여당 역시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녹색당도 논평을 통해 "참담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많은 밀양 주민들은 그동안 겪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들로 인해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지만, 정부와 한전은 무리하게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며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한전은 이번 일의 직접적인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성명을 통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농약을 음독했던 밀양 상동면 마을주민이 오늘 새벽 끝내 별세하셨습니다. 넬슨 만델라라는 커다란 이름의 죽음만큼이나 무거운 죽음입니다. 이 죽음 역시 기억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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