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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사형 장면에 중동 분노 '확산'

이라크 정부, 후세인 사형 동영상 유출 조사 착수. 미국 발뺌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대통령 사형 강행 직후 중동 및 서방의 비난여론이 예상밖으로 거세자,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발뺌에 나섰다.

이라크 정부, 휴대전화 촬영장면 유출 공식 조사

이라크 정부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장면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비밀리에 촬영돼 미국의 인터넷매체 <드러지 리포트>에 공개돼 파문을 불러일으킨 것과 관련, 유출 경위에 대한 공식 조사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사형집행관 중 1명이 후세인 교수형 전 과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외부에 유출, 수니파를 격노케 하고 서방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것에 대해 공식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는 처형 장면을 비디오 카메라로 공식적으로 촬영해 이라크 국영방송 등에 일부 장면한 배포했으나, 사형집행장에 있던 한 집행관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전과정을 촬영해 이를 외부에 배포했으며 미국 인터넷매체 <드러지 리포트>가 이를 전면 공개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었다.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보좌관인 사마 알 아스카리는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방침과 함께 "형 집행 도중 부적절한 구호를 외친 집행관이 2~3명 있었으며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형집행전 몇명의 교도관이 후세인과 설전을 벌이며 저주를 퍼부은 데 대해 수니파 등 후세인 지지자들이 격노하고 있는 데 대한 진화 노력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전날 <드러지리포트>에는 휴대전화로 후세인의 교수형 과정을 촬영한 2분36초 분량의 동영상을 가감없이 모두 공개했다. 공개된 비디오에는 후세인이 교수대 위에 서 있는 장면부터 목에 밧줄이 걸리는 모습, 형 집행 순간, 발판이 꺼진 뒤 후세인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장면까지 모두 담겨 있으며, 사형 집행전 교도관들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모두 담겨있다.

동영상 공개직후 이라크를 탈출한 후세인의 딸과 수니파는 물론, 후세인이 시아파를 학살했던 두자일마을의 주민들조차 후세인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폭력적 사형집행에 분노하고 있는 등 중동 전역에 미국 및 이라크 정부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렇듯 비난여론이 고조되자, 익명을 요구한 고위 이라크 관리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가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후세인의 교수형을 서두르지 말고 2주가량 연기해 줄 것을 촉구했었다"며 발뺌에 나서고 있다.

후세인 교수형 소식에 감옥 폭동 발생

후세인 사형을 주도한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이렇듯 발뺌에 나선 것은 예상보다 후세인 사형에 대한 반감이 거세기 때문이다.

후세인의 여동생인 아말 리브라힘 알 후세인은 사형 직후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사담은 야만적으로 살해됐으나, 그는 영웅으로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며 나는 그의 여동생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조카인 라이트 알 샤위도 "사담은 죽지 않았다. 수백만명의 사담이 지금 여기에 있다"며 미국과 이라크정부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후세인의 교수형 사실이 전해지자 모술 북부지역의 감옥에서는 수니파가 주동이 된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옥 폭동이 발생하자 곧바로 이라크 병력이 투입돼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교도관 7명과 재소자 3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후세인에 대한 형이 집행된 직후에는 70여명 이상이 사망한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이라크 전역에 긴장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생전에 후세인과 절친했던 리비아의 카다피는 3일 동안 조기를 달도록 했으며, 역시 후세인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팔레스타인들도 그의 사형에 애도를 표하며 미국과 이라크 정부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중동 언론들, "미국의 정치적 살인" 맹성토

다른 중동지역의 분위기도 험악하다. 후세인 사형 집행후 대다수 중동언론들은 이를 "미국의 정치적 살인"이라고 비난한 뒤, 중동정세가 한층 혼란에 빠져들 것을 우려했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두바이에 소재한 영자 일간지 <걸프 뉴스>는 "미군의 이라크 점령 3년간에 발생한 일들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고 문제투성이로 만들었다"며 "미군이 철수하는 길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미군의 즉각 철수를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군이 존재하는 한 내전은 불가피하며, 비극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다르에 소재한 아랍 일간 <알 와탄>과 <알 샤라크>는 후세인 사형집행이 "매우 부적절하고 현명치 못한 시점에 이뤄졌다"며 "후세인에 대한 정치적 사형을 이라크인들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미국과 이라크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레바논의 아랍 일간 <알 사피르>도 "후세인은 점령군에 의해 살해된 최초의 아랍 대통령이 됐다"며 "이번 사형의 동기는 정치적이며, 수니파와 시아파간 분열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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