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신흥국 위기 전방위 확산. 과거위기와 유사"
"펀더맨털 튼튼한 신흥국과 선진국으로도 확산"
국제 경제기구들은 위기 확산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경제의 기초 체력이 양호한 헝가리, 폴란드 통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위기가 일부 취약국에서 신흥국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런 양상이 과거 위기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캐나다 달러화와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도 미국 달러화에 대해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원자재를 수출하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매도세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라보뱅크의 신흥국 통화 전략가인 크리스티안 로런스는 "매도세가 전형적인 단계를 밟고 있다"면서 "시장이 첫 번째 목표물이었던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다음 타깃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전략가 일란 솔롯은 "투자자들이 선택적으로 신흥국에서 철수한다면 한국이나 멕시코, 폴란드 등은 이득을 볼 수 있지만 현재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시장 전체 흐름을 추종하는 투자 분위기가 아직은 더 강하다는 의미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헝가리나 폴란드의 통화 약세는 경제의 기초 체력보다 위험 기피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위기감은 신흥국과 선진국 구분없이 퍼져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증시는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터키 증시가 떨어졌다. 주가가 오른 국가는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정도였다.
위기 확산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가격은 올라가 국채 수익률(금리)이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 위기를 확대할 수 있는 요인들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신흥국 위기를 가중할 수 있는 양적완화 축소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면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은 더 빨라 질 수 있다.
신흥국의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전월보다 0.5 포인트 떨어지면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위기 확산 조짐이 나타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IMF는 "많은 신흥경제국은 최근 며칠간 새로운 시장 압력에 직면했다"면서 "경제 기초 체력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개선할 수 있는 긴급 정책 조치(urgent policy action)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가치 하락 방어에 나섰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통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려고 기준금리 인상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는 신흥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1997년 같은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골드만삭스는 외환위기와 같은 대규모 자본이탈에 따른 신흥국 전반의 위기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위험 정도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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