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 공포에 환율 14.1원 폭등
코스피는 1,920선 붕괴, 신흥국 위기 전방위 확산
이날 설 연휴후 첫 개장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070.4원)보다 무려 14.1원이나 폭등한 1084.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벤 버냉키 미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원화 환율이 14.9원 폭등했던 지난해 6월 20일이래 7개월반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이날 환율 폭등은 역외의 달러 매수세에 따른 것이어서, 신흥국 통화위기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도 강타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코스피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1,920선이 무너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1.19포인트(1.09%) 급락한 1,919.96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 급락을 주도한 쪽은 외국인으로 4천18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천24억원과 2천168억원어치 순매수로 맞섰으나 주가 급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 역시 전체적으로 2천508억원 매도 우위를 보여 코스피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역시 8천원(0.63%) 내린 127만2천원에 거래를 마치며 127만원마저 위태로워졌다.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95.40포인트(1.98%) 급락한 14,619.13, 토픽스지수는 24.32포인트(1.99%) 내린 1,196.32로 거래를 마쳤다. 일보주가는 신흥국 통화 위기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엔저가 중단될 것이란 우려에 연일 급락 행진을 거듭 하고 있다.
아시아 평균주가를 나타내는 MSCI아태지수도 이날 오후 1시8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0.9% 떨어진 133.56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9월5일이래 반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은 신흥국 통화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데다가, 아시아국가들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경제도 올 들어 1월 PMI가 반년새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뚜렷한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연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양상이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때와 비교하며 "지금은 마법 같았던 금융정책의 국제공조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신흥국 시장은 최초의 희생자이지 최후의 희생자는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펀더맨털이 양호한 한국 등 신흥국과 선진국도 이번 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어 미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신흥국들의 불만을 전한 뒤, "미연준의 이번 조치는 뒤늦은 감이 있다"며 "버블 상태로 보이는 나라들이 대단히 많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의 말을 전하면서 거품을 빼기 위한 미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향후 상당 기간 고통이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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