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 주민들, 방사능 공포에 탈출 행렬
러시아 당국 발표 불신하면서 모스크바 등으로 대피
16일 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캄차카주(州)와 사할린주 등 극동 지역 주민들은 일본 원전 사고가 이 지역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당국의 연이은 발표에도 방사능 측정기와 해독제를 사재기하는가 하면 많은 주민들은 살던 곳을 떠나 모스크바 등 대륙 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
통신은 사할린주 주도 유즈노사할린스크의 2개 항공권 판매 대리점 관계자를 인용, 다음 주 초까지 모스크바 등 대륙 방향 항공권이 거의 매진됐다고 전했다.
항공권 판매 대리점 '프리모르스코예 아에로아겐트스트보' 관계자는 "모스크바행 항공권이 다음 주 월요일 출발분까지 비즈니스 클래스를 포함해 거의 다 매진됐다"며 "현재 남아있는 2장의 일반석 표 값도 (평소의 2~3배에 가까운) 편도 9만 루블(약 3백50만 원)까지 올랐지만 사려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는 이상 현상으로 평소에는 이 시점에 아무런 문제 없이 표를 구할 수 있었다"며 "일본 원전 사고 때문에 서둘러 섬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앞다퉈 표를 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스크바 직항 편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블라디보스톡이나 하바롭스크 행 표라도 산 뒤 그곳에서 다시 모스크바로 출발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방사능 오염에 대비한 요오드, 포도주 등 해독제 사재기 열풍도 불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캄차카주 주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트스키의 약국에서는 방사능 중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독제로 알려진 요오드 함유 약품들이 동이 났다.
이 도시의 한 약국 판매원은 통신에 "평소 팔리지 않고 쌓여 있던 요오드 제품들이 남김없이 팔려 나갔으며 다른 약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본 원전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 이후부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판매원은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두루 요오드 제품을 사갔다"며 "러시아인들은 자신만을 믿는데 익숙해져 있다"고 사재기 현상을 설명했다.
사할린의 한 대형 약국 판매원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요오드'자가 들어간 모든 약품은 모두 사가고 있다"며 "한꺼번에 10병씩을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한 대형 슈퍼마켓 판매원은 또 "지난 12일부터 적포도주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극동 지역 주민들은 당국이 발표하는 방사능 수치를 믿지 못하고 고가의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해 직접 측정에 나서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민들의 과잉 반응에 대해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의 악몽에 대한 기억과 당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등이 함께 작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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