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발(發) '뉴타운의 저주' 시작됐다
'LH 쇼크'로 뉴타운 거품 파열, 경제자유구역 환상도 파열
2008년 4월 총선,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다. 한나라당의 최대 병기는 '뉴타운 개발'이었다. 산동네와 빈민촌을 하루아침에 엘도라도로 만들어 주겠다는 뉴타운 신병기에 민주당은 초토화되고 한나라당은 압승을 거뒀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뉴타운에 혹해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던 주민들이 날벼락을 맞기 시작했다. 천문학적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국토지주택(LH) 공사가 수많은 뉴타운을 '없던 일'로 하겠다며 손을 떼고 나섰기 때문이다. LH공사처럼 빚더미에 올라앉기란 마찬가지인 서울주택(SH)공사나 경기주택공사도 조만간 같은 길을 걸을 게 불을 보듯 훤하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아우성이다. 뉴타운 기대감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땅값이 폭락할 게 불을 보듯 훤하고, 은행 등에서 이자비 등으로 꿔다 쓴 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채가 118조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만 100억원씩 내야하는 LH공사로서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 연초부터 본격화한 부동산거품 파열로 지금 부동산 시장은 최악이다. 수십만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있고 LH공사만 해도 미분양아파트에 3조원대가 물려있는 판에 아파트를 더 짓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때문에 LH 공사는 택지개발·신도시, 보금자리, 산업단지 개발, 도심재생사업(뉴타운) 등 전국 414곳의 사업장 가운데 아직 사업에 착수하지 않은 138곳의 신규사업을 1차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고 이 중 120여곳의 사업을 없던 일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성남 4곳에는 뉴타운 중단통고를 했다.
LH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세종시,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금자리주택도 적자사업이기는 마찬가지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간판정책인 까닭에 손을 대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뉴타운과 산업단지-택지재발이 우선 타깃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공약에 현혹해 황홀한 꿈을 꾸던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호된 부메랑을 맞기 시작한 셈이다. 세칭 '뉴타운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부서지는 경제자유구역 환상
LH공사 부채는 참여정권 출범때 20조원이었던 것이 7년이 지난 지금 118조원으로 6배나 늘었다. 이같은 LH공사 부실화는 이명박 정권 만의 작품은 아니다. 참여정권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정부는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내 35개 단위지구에 대해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저조하고 개발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지구들이다. 지정 해제 또한 사업주체인 LH공사 부실화에 따른 긴급 자구조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청라지구·영종하늘도시·인천공항지구 등 5개 지구를 비롯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23개 지구 중 부산송정지구, 주거단지인 두동지구 등 10개 지구, 광양만권의 7개, 황해의 5개 지구, 대구경북의 5개, 새만금군산의 3개지구 등이다.
이 가운데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은 참여정부때 작품이고, 나머지 후자는 MB정부의 작품이다. 지정만 하면 외국투자가 몰려들 것인 양 바람을 잡았던 경제자유구역 부실화의 책임은 참여정부 반, MB정부 반이다.
경제자유구역 남발의 핵심 원인 역시 '선거'였다. 선거야말로 부동산거품의 더없는 자양분이었던 셈이다.
'LH 쇼크'로 부동산거품 파열 가속
연초부터 시작된 부동산거품 파열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값 하락률이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낙폭이 컸다.
여기에다가 'LH 쇼크'가 겹치면서 거품 파열은 더욱 격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국투자 유치는 목표액의 겨우 7%에 불과하나 주변에 아파트 마천루가 들어선 영종하늘도시, 청라지구 등이 멀쩡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자들은 내년부터 부동산 신화가 부활할 것이라 주장하나, '과잉공급-고분양가'와 '양극화 심화'란 양대 구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거품 파열을 막을 재주는 없다.
모르는 일이다. 내후년에 총선-대선이란 중차대한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표'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이 내년에 부동산경기 부양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거품 파열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일본이나 미국 같은 경제대국이 부동산거품 파열로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은 일은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권력도 부동산거품 파열은 막을 수 없다. 이것이 지금 겉으론 잘 나가는 것 같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엄중한 현실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