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단체들 "오세훈, 반문화적-반역사적"
"서울의 3대 건축물인 서울시청 부수려 하다니"
서울시는 지난 8월 26일 오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원형 보존' 권고와 문화단체들의 반발을 뒤로 하고 본관 태평홀 해체 공사를 기습 강행해 일부를 허물자, 문화재청은 즉각 시청 본관 건물을 국가 사적으로 가지정하고 공사 중단을 명령해 현재 철거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문화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청 본관은 서울역, 한국은행과 함께 서울의 3대 건축물이며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라며 "이번 철거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반문화적이고 반역사적인 무지함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철거 명분으로 기술연구원의 보고서 가운데 '건물의 심각한 노후화'를 내세운 것과 관련해서도 "보고서는 구조안전상에는 큰 문제가 없으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결론을 내렸다"며 "콘크리트의 수명이 다했다는 일부 의견만 이용해 종합결론을 무시하는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도 시청으로 사용해왔던 철근콘크리트 건출물이 10여년 사이 심각하게 노후화되어 철거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시의 주장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나"라며 "시의 주장대로라면 덕수궁 석조전, 한국은행, 서울역, 명동성당, 나아가 경복궁, 창덕궁 등 현존하는 모든 건축문화재는 모두 폐기물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은 시청 본관을 해체 후 복원하겠다지만 이는 일반적인 상식의 선을 뛰어넘는 황당함 그 자체"라며 "해체하는 순간 건축물은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파괴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서울시청은 일제시대에 만들여져 일본의 본(本)를 형상화한 것'이라며 철거를 정당화한 오 시장의 글도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오 시장의 주장은 이미 지난 2006년 학계가 일본 문헌을 통해 '본'자가 아닌 '활' 모양을 본뜬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몇 해 전 낭설임이 밝혔졌는데도 이를 철거의 정당한 이유라고 주장하는 오 시장의 역사인식 수준이 의심스럽다"며 "독일은 치욕스러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지우지 않기 위해 기념관까지 만들었고 중국은 난징대학살에 대한 추모관을 지었는데 하물며 '다소 불온하다'고 있는 유적조차 없애자는 주장은 '몰역사'를 넘어 '반역사'적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오 시장이 들어서고 한강 르네상스와 뉴타운 사업, 동대문운동장 철거 등 무리한 건설 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결국 시정의 역점을 자신의 재선을 중심으로 놓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그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건설 사업에서 찾았고 이미 대통령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정도면 오 시장은 재선은 커녕 당장 탄핵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말도 안되는 반역사적 행위들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입지는 고사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도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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