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직원 두번째 '쇠고기 양심선언'
정수경 "고시를 하고 안하고는 대통령 아닌 장관 권한입니다"
홍성호 민주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8일 밤 청계 소라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정수경 사무관이 농림부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전했다.
현재 농림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에 근무하고 있는 정 사무관은 '장관님 쇠고기 고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고시를 강행한다는 보도와 고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자괴감이 앞섭니다"라며 "(우리는) 국민들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듣기 위해 일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고시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며 정운천 농림장관에게 고시 강행 중단을 호소했다.
정 사무관은 "농식품부 통상관(민동석 농업정책관)이 합의한 한미간 양해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라며 "장관이 고시를 하지 않으면 쇠고기 협상은 발효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시를 하기 전 야3당과 국민들이 반대하는 점을 들어 추가협상이든 협의든 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며 "장관이 용단을 내려주길 바랍니다"라며 정 장관에게 고시중단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고시를 하고 안하고 입법예고를 다시 하고 안하고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장관님에게 부여된 권한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아닙니다"라며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을 책임지겠다고 출범한지 몇 개월만에 쇠고기 안전도 책임지지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불신받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들은 힘들지 모르지만, 후배 공무원들은 좀 더 민주적인 정부에서 국민들로부터 칭찬받은 신뢰받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희망을 만들어 주십시오"라며 정 장관에게 고시 중단을 호소했다.
홍 수석부위원장은 정 사무관의 글을 전하며 "지난 50년간 공무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오욕과 굴종의 역사를 가졌다"며 "이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당당하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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