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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서민은행' 설립해 고리대 축출"

심상정 의원 획기적 '서민은행설립법' 제출, "최고 20조원 조성"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29일 은행들의 외면으로 고리대 대부업체로부터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7백여만명의 금융배제자를 구제하기 위한 자본금 1조원 규모의 매머드 '서민은행설립법안'을 제출해 주목된다.

심상정 "최고 20조원 조성해 고리대 축출"

심 의원은 "현재 성인 5명 가운데 1명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 고리채가 판을 치며 이른바 ‘쩐의 전쟁’터에서 서민들의 희생이 쌓여만 가면서 우리나라가 ‘고리채 공화국’으로 전락했다"며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정부가 1백69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금융기관의 부실을 털어주었지만 사적 소유가 된 금융기관들은 공익성을 외면하고 오직 수익성만을 추구해 서민들을 제도권 금융 바깥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라고 시중은행들을 질타했다.

심 의원은 이어 "따라서 서민을 위한 금융서비스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형 금융기관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해서 서민 금융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욱 근본적으로는 서민금융에 특화하는 국책 서민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며 "1조원을 출연해 서민은행을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서민은행은 이를 재원으로 최대 20조원의 서민금융채를 발행하여 자산을 더 확보해 갈 것"이라며 "서민은행은 금융배제자 7백21만 명에게 금융이용 기회를 제공해, 긴급한 생계비(학자금, 의료비, 생활안정자금 등)에 대해서는 저리 무담보·무보증 대출 (1천만원 이하)을 실시하고, 사금융 고리채에서 제도권 대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여 현재 약 4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대부업 시장을 근절시키겠다"고 밝혔다.

대선 앞두고 입법화 가능성 높아

심 의원의 '서민은행법'은 고리대 폐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데다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제출된 법안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돼 주목된다.

현재 여야 대선주자들은 은행권에서 배제돼 대부업체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서민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나름의 대안을 모색중이다. 이런 마당에 심 의원이 제출한 '서민은행법'은 그 규모나 내용에서 기존의 어떤 대책보다도 문제 해결 현실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일반적 평가다.

또한 자본금 1조원 정도는 국회가 합의할 경우 어렵지 않게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라는 점에서 빠르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의원이 고리대를 추방하기 위해 매머드 서민은행 추진법안을 제출, 주목된다. ⓒ연합뉴스


"서민은 돈 안 갚는다? No"

문제는 서민은행의 건전성 여부.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할지라도 서민은행이 출범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실화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돈 없고 담보 없는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기피하는 이유로 돈 떼일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거 카드사태때 예를 든다. '빚 내 황소 잡아먹는다'는 옛말도 있듯, 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그러나 외국의 예는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업는다. 한 예로 '서민은행'의 교과서 격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가 그런 예다. 이 은행은 1976년 무하매드 유너스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 교수가 빈민구제를 목적으로 사재를 털어 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3년 정식 은행으로 전환돼, 현재는 대출금이 42억달러에 달하고 돈을 빌려간 빈민들만 3백만명에 달하며 전세계 58개국에 1천2백여개 지점을 둔 대형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라민뱅크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대출 회수율이 98%나 된다는 사실. 이는 돈을 떼일 위험성이 2%도 안되다는 얘기로, 우리나라 은행은 물론 세계 정상급 은행들보다도 높은 세계 최고의 회유율이다. 그라민뱅크는 "빈민일수록 자생기반만 만들어주면 빚을 성실히 갚는다"며 기성 은행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그라민뱅크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서민은행인 라키야트 인노네시아은행(BRI)의 대출금 상환율 역시 인도네시아 대다수 은행들을 파산위기로 몰아넣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때도 98.5%에 달해, 인도네시아 최대우량은행으로 자리매김 됐다.

한 국회의원에 의해 '서민은행법'이 제출됐다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에 의존해 사상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에게 더없이 부끄러운 일침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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