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현장은 그야말로 해고의 도가니"
민주노총 "선거용 졸속 비정규대책, 다시 제시하라"
민주노총은 20일 서울 중구 정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을 앞두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탄압에 앞장선 새누리당을 포함해 정치권과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진정성도 없고 이행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선거용 생색내기이자 부실대책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사례를 열거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인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 서울지부 479명이 오는 2월 29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학교회계직은 영양사, 조리종사원, 특수교육보조원, 사서, 교무보조, 전산보조원 등 학교에서 교사를 제외한 실무를 담당하는 모든 직종을 가리킨다. 이들은 대부분 10여명 이상 집단계약 해지를 당했다. 전회련 서울지부는 아직 통보를 받지 못했거나 집계가 안된 노동자들까지 합치면 2월까지 해고되는 노동자가 1천여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노동자들 가운데 182명은 임용일자가 2010년 3월 이후여서 이번에 재계약이 되면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해 자동무기계약이 되는 경우였다. 심지어 최초 임용일이 2009년 이전이어서 이미 무기계약자인 노동자의 계약해지도 50명에 달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제정한 정부가 제도의 헛점을 이용하거나 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한 셈이다.
처우개선 요구가 계약해지로 이어지는 고질적인 병폐도 여전했다. 최근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노동자 가운데는 출산휴가를 사용했거나 처우개선으로 인한 인건비가 증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경우도 있었다. 서울 H고의 경우 학교비정규직 일부 처우 개선으로 수익자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기간제노동자 9명을 집단 계약해지했고,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모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는 출산휴가 상담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해지됐다.
비정규직 집단해고는 서울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제주도에서도 수익자부담 조리종사원 349명이 집단 계약해지됐다. 광주에서는 광주교육청 산하 방과후 돌봄교사, 유치원 종일제 교사, 급식실 조리원, 지원업무 실무사 등 660명이 대량해고를 눈 앞에 두고 양측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전국 100여개 유치원, 초중고에서 집단 계약 해지에 따른 1인 시위 등 노조의 투쟁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 "지난 1월 16일 정부가 발표한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은 실상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며 "특히 약 30%에 달하는 공공부문 간접고용(외주,용역,파견)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지금 학교현장은 그야말로 해고의 도가니"라며 "최소한 정부 지침이 효력을 가지려면 이 순간 빈발하는 계약해지, 정리해고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의 대책만 논하고서야 어찌 해결의지가 있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해 11월과 올해 1월 당·정·청 협의를 거쳐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 노동자 34만1000명 중 최대 9만7000명을 내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대책은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에 따라 소요되는 연간 1조3592억원의 예산을 공공기관 자체예산으로 떠넘기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은 전무해 사실상의 '비정규직 고착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