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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은 동네축구장?

피스퀸컵 끝나자마자 FA컵 4강전 2경기 하루에 치러, 경기장 훼손

'2002 한일월드컵의 메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무리한 경기장 사용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K-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는 FC서울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올 시즌 K-리그 경기는 물론 국가대표팀의 A매치, 피스퀸컵(개막전, 결승전) 등 각종 국제경기를 거의 도맡다시피 치러왔다. 그리고 8일 오후에는 고양KB국민은행-수원삼성, 인천유나이티드-전남드래곤즈의 FA컵 4강전 2경기를 하루에 소화해야 한다.

지난 9월부터 적정 사용일수 훌쩍 넘겨 '혹사'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지난 9월부터 지난 8일까지 치러낸 총 경기수는 FA컵 4강전 2경기 포함하여 모두 13경기에 이른다. 그리고 경기전 적응훈련에 사용한 사용일수를 포함한 경기장 사용일수는 총 16일이다. 총 69일동안 16일을 경기장이 가동되어 약 4.3일에 1회 꼴로 경기장을 사용한 셈이 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적정 사용일수는 연간 최대 60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무리해도 6일에 1회정도 사용이 적정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의 사용현황만을 놓고보면 분명 적정한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경기장 사용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하루에 2경기를 치르는 일정은 경기장 컨디션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지난해 말에도 FA컵 4강전 2경기를 하루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름으로써 회복불능의 상태까지 훼손된 바 있다.

현재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상태는 관중석에서 육안으로 보기에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 경기장에서 확인한 상태는 여기저기 잔디가 패여져 있는 등 경기를 치르기에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특히 FA컵 4강전 첫 경기 고양KB-수원전은 그런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 몰라도 3시간 후 벌어지는 4강전 두번째 경기인 인천-전남전은 그야말로 최악의 그라운드 상황에서의 악전고투를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경기장 자체의 훼손도 문제지만 서울월드컵구장 자체의 품위에도 상처

나쁜 그라운드컨디션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선수들이 경기중에 정상적인 볼컨트롤이나 패스를 어려워 최상의 경기력을 펼쳐보일 수 없는 문제 이외에도 나쁜 그라운드컨디션으로 인해 선수들이 불의의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게 더 큰 문제다.

물론 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의 요청이나 경기를 치러야하는 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경기를 치를 장소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선호되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을 대한축구협회 등 유관단체들이 적절히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경기장 자체의 보호에도 중요하지만 그 경기장이 가진 품위를 유지시켜주는데도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지고 있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메카'라는 위상과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인 FC서울의 홈구장이라는 역할을 감안할 때 아무리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 대회라 할지라도 하루에 2경기씩을 소화하는 경기장 사용행태는 결국 경기장 자체의 훼손은 물론 경기장이 가진 위상과 품위를 스스로 '동네축구장' 수준으로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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