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절대로 정치 안한다. 노동계로 돌아갈 것"
"내려오니 너무 따듯", "솔직히 뛰어내릴 생각도 했었다"
구속영장 기각후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중인 김진숙 위원은 1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크레인 농성후 야당과 진보진영 인사들로부터 꾸준히 정치 참여의 '러브콜'을 받았음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15일자 <부산일보>에 따르면, 김 위원은 지상으로 내려온 지 닷새가 지났지만 아직 어지럼증이 있는 듯 인터뷰 중 잠깐 눈을 감기도 했고 몸을 움직일 때 허리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309일간의 농성 기간중 불편한 잠자리와 끊임없이 긴장을 한 탓에 병원의 검사 결과 김 지도위원은 목 디스크와 위장병 증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김 위원은 "한여름에도 옷을 6~7벌 입었을 만큼 얼마나 추웠던지. 여기 내려오니까 너무 따뜻하네요"라는 장난스러운 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동안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35m 높이에 올라간 뒤 크레인 운전석 앞에 1인용 침대를 깔고 생활했다. 크레인 실내가 좁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언제나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솔직히 뛰어내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진중공업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풀릴 때는 크레인 아래로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라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노조 집행부가 늘 크레인 아래에서 진행하던 보고대회를 크레인에서 보이지 않는 단결의 광장으로 옮겨 개최하면서 '내가 여기에 고립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농성기간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지난 8월 18일 국회 청문회가 열릴 때를 꼽았다.
그는 "문제 해결의 가능성과 실망감을 동시에 맛봤다"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것을 지켜보며 '이제 곧 문제가 해결되겠구나'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에서 숨진 지회장과 조합원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 순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세상과 소통한 유일한 수단은 '트위터'였다. 그는 "크레인으로 올라갈 때는 트위터를 잘 할 줄 몰랐지만 크레인 위에서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트위터에 글을 자주 올렸다"고 말했다. 그가 쓴 글은 2만 8천 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는 "우연히 시작한 트위터의 위력을 실감했다. 김여진 씨 같은 친구도 만났고, 희망버스도 왔고, 크레인 안과 바깥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노사 양측이 합의서를 작성한 만큼 이제 한진중공업이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며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 동지들이 이번 합의안에 100%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국회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권고안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는 '더 이상의 정리해고는 없다'며 노조와 맺은 특별협약을 깨고 정리해고를 진행했지만 이번만큼은 국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합의한 만큼 잘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측에 약속이행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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