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주민 "수위 내려간 뒤에 경고방송 나오더라"
이상돈 "곤지암 수해, 4대강 지지론자들의 궤변 증명"
이 교수는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어제(7월 31일) 박창근 교수가 이끄는 4대강 현장조사팀과 백재현 의원 및 유원일 의원과 함께 곤지암 홍수피해 현장을 둘러보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도평리에서 지월리에 이르는 곤지암천 구간은 경치가 아름답고 조용해서 전원식당이 많고 기숙학원이 있는데, 이번 비로 큰 피해를 입었다. 곤지암천이 굽어 돌아가는 지점에 있는 남촌 유원지는 거센 물살에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던 자전거 길은 군데군데 끊어져 있었고, 다리는 거센 물살에 난간이 몽땅 없어져 버렸다. 전원식당이 많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사정은 역시 처참했다
수해를 입은 한 식당주인 아주머니는 “홍수 경고 방송이 있었던가요?”라는 질문에 “수위가 내려간 후에 경고방송이 비로소 나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천은 이런 상태로 내버려 두고 멀쩡한 본류를 파헤치느냐고 수십조 원을 퍼붓는 짓이 얼마나 무모한가"라고 4대강사업을 질타한 뒤, "수재가 난 서초구와 강남구처럼, 곤지암천이 흘러가는 경기도 광주시도 시장과 국회의원이 모두 한나라당이다. 이곳 출신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2008년 총선 때 한반도 대운하를 지지했고, 4대강 사업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이것이 단지 우연인지, 아니면 어떤 뜻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곤지암천을 다녀오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희한한 주장을 했다. 본류를 준설해서 강바닥을 낮추면 지류에서 물이 본류로 잘 빠지기 때문에 지류 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측은 “정부가 스스로 본류 정비는 97% 완료되었다”고 했고, “근래의 홍수는 대개 지류와 지천에서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어제(7월 31일) 박창근 교수가 이끄는 4대강 현장조사팀과 백재현 의원 및 유원일 의원과 함께 곤지암 홍수피해 현장을 둘러보았다. 지난 주 폭우로 범람해서 큰 피해를 낸 곤지암천은 4대강 사업 지지론자들의 주장이 궤변임을 웅변으로 증명했다.
곤지암천은 경기도 광주에서 여주에 걸쳐 있는 무갑산 줄기에서 발원해서 경안천에 합류한 후 팔당호로 흘러가는 지방하천이다. 이천에서 성남으로 가는 3번 국도와 대체로 평행선을 그으며 흘러가는데, 3번 국도에서 보면 곤지암천변이 상당히 저지대임을 알 수 있다. 팔당 특별대책지역 1권역이라서 수질오염을 야기하는 공장과 축산시설은 들어 설 수 없기 때문에 작은 조립형 공장과 비닐하우스가 하천변에 들어서 있다. 하수처리장이 확충되어서 2000년대 들어서 3번 국도 주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 곤지암에서 성남 방향으로 약간 가다보면 초월읍 용수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곤지암천은 3번 국도와 방향을 달리해서 북쪽을 향한다.
곤지암천은 물이 별로 많지 않은 지천인데, 이번 폭우로 곤지암천이 범람했다. 용수리부터 곤지암천변 도로를 가면서 처참한 홍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도평리에서 지월리에 이르는 곤지암천 구간은 경치가 아름답고 조용해서 전원식당이 많고 기숙학원이 있는데, 이번 비로 큰 피해를 입었다. 곤지암천이 굽어 돌아가는 지점에 있는 남촌 유원지는 거센 물살에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던 자전거 길은 군데군데 끊어져 있었고, 다리는 거센 물살에 난간이 몽땅 없어져 버렸다. 전원식당이 많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사정은 역시 처참했다. 우리 일행이 잠시 차를 세우고 피해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식당을 하는 아주머니가 와서 “이렇게 피해가 나도 방송도 안 오고 국회의원이나 시장 얼굴을 못 보았다”고 푸념을 했다. “우리 일행 중 의원님이 두 분 계시다”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는 반가워했다. “홍수 경고 방송이 있었던가요?”하고 물었더니, “수위가 내려간 후에 경고방송이 비로소 나왔다”고 했다. 물이 들어 부서지다시피 한 기숙학원에는 소방차가 와서 잔재를 치우고 있었다.
천변 도로가 끊어져서 다시 도평리 아파트촌을 거쳐서 천변으로 나왔더니 건너편에 물에 잠겼던 곤지암 하수처리장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변 도로를 따라가서 뉴스에 나왔던 삼육재활원에 도착했다. 곤지암천이 경안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삼육재활원은 뉴스의 주목을 받아서인지 일단 청소가 끝난 상태였다. 삼육재활원 옆에 있는 광주하수처리장에 가보았더니 물에 잠겼던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박창근 교수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직원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있었다고 한다. 하수처리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선 거의 한 달이 걸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팔당호에 가까운 하수처리장이 두 곳이나 물에 잠겨서, 당분간은 오수가 처리되지 못한 채로 그대로 팔당호로 유입될 전망이다.
우면산 산사태만 아니었으면 곤지암천 범람은 큰 뉴스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퇴촌이나 양평을 가는 경우에 이 부근을 종종 지나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나는 “저렇데 낮은 지점에 어떻게 저런 시설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우리가 돌아본 도로 반대편 곤지암천변에는 변변하게 제방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제방 축조계획이 서있기는 하나 예산 때문에 몇 년 째 지연되어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천은 이런 상태로 내버려 두고 멀쩡한 본류를 파헤치느냐고 수십조 원을 퍼붓는 짓이 얼마나 무모한가.
수재가 난 서초구와 강남구처럼, 곤지암천이 흘러가는 경기도 광주시도 시장과 국회의원이 모두 한나라당이다. 이곳 출신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2008년 총선 때 한반도 대운하를 지지했고, 4대강 사업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이것이 단지 우연인지, 아니면 어떤 뜻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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