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죄책감 때문에 8년간 냉방에서 살았다"
"강제집행하면 제2의 용산사태 벌어질 수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특공대원들이 올라와 농성을 중지시키려 할 경우와 관련, "174일을 오만 것을 다 견디고, 악조건들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강제적으로 끌어내린다면 제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사실은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거죠. 그야말로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넣는 건데요. 저는 답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전날 트위터에 '용산'이라는 단어를 적은 점을 지목하며 '제2의 용산'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김 지도위원은 "그렇죠. 제가 여기 좁은 공간에 올라와있는데 그걸 강제집행을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중간에 있는 조합원들도 마찬가지,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와있는 해고자들이거든요"라며 '제2 용산 참사'를 경고했다.
그는 80년대 해고당한 자신이 고공농성을 하는 이유에 대해 "2003년도에 똑같은 정리해고 문제를 가지고, 저는 2명의 20년지기를 잃었다. 그때 이 85호 크레인에 129일을 매달려있었던 ‘김주익’이라는 사람, 그리고 2주일 만에 ‘곽태규’라는 사람이 또 죽었다"며 "그 죄책감 때문에 저는 8년 동안 한 번도 보일러를 못 켜고 냉방에서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두 사람의 목숨을 지켜서 받아낸 단체협약서, 그리고 조합원들, 그것을 다 무너뜨리고 그 약속을 어기고 사측이 나오는데,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조합원들이 잘리고 길바닥에 내몰린다면 저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닙니다. 살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선 "저 같은 경우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식사도 차단이 되어서 어제 저녁부터 밥도 못 먹고 있습니다"라며 "지금 용역들이 크레인을 점거, 점령한 상태로 완전히 고립되어있어요. 우리 중간에 올라와있는 10여명은 식사가 공급이 되는데, 작년에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단식을 오래하면서 위가 상해 죽을 먹거든요. 그 죽을 공급해주는 선이 끊겨가지고 못 먹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전날 노조 지회장이 사측과 합의문에 서명한 데 대해선 "그저께 오후 3시 반부터 집행부하고 조합원들 간의 간담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지회장이 일방적으로 업무복귀 선언을 하겠다, 그래서 거기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다 강력반대하고, 지회장이 기자회견을 강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사무실을 사실 점거하기도 했다"며 "이 조합원들이 바닥에 질질 끌려나가는 과정에 사장하고 지회장이 만세를 부르면서 악수를 하는 장면을 보고, 제가 오늘 174일째인데 가장 참담한 광경이었다. 정리해고당한 조합원들이 평생을 일했던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도 억울해서 지금 반 년 넘게 싸우고 있는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거기에 노동조합, 집행부마저 조합원들을 버리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니까 어떤 조합원의 표현대로 죽고 싶다,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