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경위 회의에서 증인 10여명을 한 사람씩 부결시키기 위해 열 번도 넘게 기립투표를 해야 했던 동료의원들의 ‘고충’에 연민을 느꼈다. 성역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난도질당하는 국회 재경위의 참담한 위상이 떠올라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외환은행 전.현직 임원 등 핵심 증인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모두 부결시킨 13일 심상정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의 한 대목이다.

재경위는 13일 시작한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 김영모 김&장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정의선 기아차사장,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에 대한 국감증인 채택 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또 지난 1년을 끌어온 이건희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증인 불출석 고발 건도 부결시켰다. 이와 관련 증인신청 당사자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비통하고 참당하다”며 자신의 심정을 담은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심 의원은 “성역을 건드리지 않고는 경제정책의 허와 실을 따지는 게 불가능한 한국 현실에서 경제권력의 성역들을 모두 부결시켰다”며 “국회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숨길 수가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심의원은 “2004년에 27명, 2005년에 39명의 증인을 채택했던 재경위가, 올해 국감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단 한 명의 증인도 신청하지 않았고 한나라당도 4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다”며 “결국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경제권력 정치권력에 굴복함으로써 서민경제 파탄의 공범임을 자임한 것”이라고 여야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의원은 특히 “‘무증인 국감’을 작정한 여당은 ‘회장님방패당’이 되기로 결심한 듯 핵심 증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거부와 기권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시했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며 “이것은 정부 감싸기를 넘어 스스로 국회 직무유기행위를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

그는 또 국감 증인 채택에 앞서 해당기관, 기업, 동료의원들의 로비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밝햐 파문을 예고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본 의원은 증인에서 빼달라는 로비에 수도 없이 시달려야 했다”며 “해당기업이나 기관 뿐 아니라 동료의원들까지 통사정을 할 때는 서글픔을 넘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그러나 저를 국회로 보내주신 서민들을 생각하면 참담함도 비통함도 연민도 사치라 생각한다”며 “더 큰 목소리로 국회의 맹성을 촉구하고 오늘의 이 참담함을 씹고 또 씹어 국회와 정치를 지배하고 서민경제를 망가뜨린 경제성역에 더 힘내서 맞서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