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설기현과 레딩, 'EPL 드림' 함께 일군다

팀 공격 주도하며 맨유와 1-1 무승부, '작은 기적' 연출

심판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자 경기장에 운집한 레딩 홈팬들의 푸른 물결은 일제히 승리의 환호를 보냈다.

레딩FC(레딩)는 지난 24일 새벽(한국시간) 홈구장인 마제스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2006-20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경기에서 1-1로 비겨 승점 1점을 획득하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사실상 레딩의 승리로 봐도 무방한 결과다.

이로써 레딩은 3승1무2패를 기록, 상위권인 7위에 랭크됐고, 맨유는 지난 아스널전 0-1패배에 이어 또다시 승수쌓기에 실패하며 4승1무1패로 첼시(5승1패), 포츠머스(4승1무)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레딩-맨유전, EPL '금주의 경기' 선정, 설기현은 평점 7점

이 날 영국 스포츠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주말 열린 EPL 6라운드를 정리하면서 레딩과 맨유의 경기를 '금주의 경기(Game of the Weekend)'로 선정했고, 설기현에게는 '지치지않는 에너지'라는 평가와 함께 팀 내 상위권의 평점인 평점 7점을 부여했다. 최근 설기현의 플레이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스카이스포츠>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평점 7이란 점수는 이 날 설기현의 플레이가 최강전력의 맨유를 맞아 나름대로 최선의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을 인정받은 셈이다.

설기현은 레딩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서 오랜 부상에서 복귀한 가브리엘 에인세와 맞대결을 펼쳤다. 설기현은 경기초반 에인세의 다소 의도적인 거친 파울성 플레이에도 굴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노련미를 선보이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설기현은 전반전 중반으로 시간이 흐르자 초반보다 훨씬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상대 수비수인 에인세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에인세를 앞에 둔 상태에서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거나 크로스하는 것처럼 동작을 취했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공을 페널티지역 중앙방향으로 드리블을 한 이후 날키로운 슈팅을 시도하는 등 양 발을 모두 잘 사용하는 자신의 장점을 100% 활용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설기현 발 끝에서 시작된 레딩의 선제 페널티킥 골

특히 후반 3분 레딩의 선제골은 설기현의 발끝에서 시작되었다. 맨유진영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 대각선방향에서 맨유의 공을 가로챈 설기현은 곧바로 맨유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주장 머티에게 연결했고, 머티는 지체없이 반대편으로 낮게 크로스를 날렸다. 머티의 크로스는 한 차례 바운드 되더니 수비하고 있던 맨유의 주장 게리 네빌의 왼쪽 팔굼치 부위를 맞고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네빌은 황급히 공을 외곽으로 차냈으나 주심은 여지없이 네빌의 핸드볼 파울을 지적하며 레딩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부여했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케빈 도일은 잠시 숨을 고른 뒤 골문 왼쪽 방향으로 강하고 낮은 킥을 날렸고 골키퍼 반 데 사르는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지만 공은 골키퍼의 손끝은 스치고 그대로 골망을 가르며 레딩이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비록 후반 32분경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얻어맞고 동점골을 내줘 맨유라는 '대어'를 낚는데는 실패했지만 제아무리 천하의 맨유라고 할지라도 레딩의 안방에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레딩의 '안방불패' 신화는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맨유, EPL 풋내기 레딩에 패배와 다름없는 무승부 '대망신'

반면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탈락이라는 치욕을 안겨줬던 벤피카(포르투갈)와의 주중 대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전력을 최대한 아끼며 레딩에 승리를 거두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으나 레딩의 지능적인 지역수비와 날카로운 기습공격에 페이스를 잃고 선제골까지 빼앗기는 등 고전한 끝에 겨우 비기는 수모를 당했다.

이 날 맨유와의 경기를 필두로 '지옥의 7연전'이라고 불리는 강팀들과의 맞대결이 예정되어있는 레딩으로서는 홈에서 맨유와 무승부를 기록하는 좋은 시작을 한만큼 앞으로 남은 일정에 한결 자신감을 가지고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갚은 경기였다.

설기현 개인적으로 본다면 강호 맨유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과 자신의 플레이가 강한 상대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경기였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경기가 되었다.

창단 135년만에 맨유와 펼친 첫 맞대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는 '작은 기적'을 연출한 레딩과 유럽진출 6년만에 EPL 전체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한 설기현이 달콤한 'EPL 드림'을 함께 일궈가고 있다.
임재훈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