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수도 MB와 거리 두려 해"
"민심을 거스른 8.8개각은 권력 노화현상"
강천석 주필은 이날 <나라가 위법도 부도덕도 아무렇지 않다 하면…>이란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한 식당 밖에서 줄 서 있다가 목격한 장면을 전했다. 강 주필은 "뒤쪽에서 두런두런하던 소리가 차츰 커져 왔다. '상식 밖'이라고 했다. '한 사람도 예외가 없다'고 했다. '그냥 밀고 나갈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개각(改閣) 이야기다. 우산을 살짝 올리고 돌아보니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의 30대 안팎 젊은이들"이라며 "'서울에, 아니 전국에 이런 골목이 몇 개나 될까'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예나 이제나 위기의 냄새를 맡는 정치 본능을 마비시키는 건 권력이다. 권력에 갇힌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기감각도 무뎌진다"며 "고심(苦心)을 거듭해 내놓았다는 개각이 도리어 민심(民心)을 거스른 이번 사태도 권력의 노화(老化)현상이라는 말로써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며 하자투성이 인사들만 골라 뽑은듯한 8.8개각을 개탄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도 이번 개각 때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인물을 기다리진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도가 지나쳤다"며 "어느 누가 TV 인사청문회에 나온 얼굴들을 가리키며 다음 세대들에게 '너희도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살기만 하면 저렇게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개개인의 흠을 한 번 더 들춰내 생채기를 내려는 게 아니다. 그렇게 찾고 또 찾았다면서 단 한 명 의인(義人)의 그림자를 닮은 인물조차 그 명단에 끼워 넣지 못한 정권의 무능(無能)을 나무라는 것"이라며 "이 나라에 의인의 씨가 말라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정권의 색안경 색깔이 그렇게 짙었기 때문인지 알 길이 없다"고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은 보수정권이라는 말을 듣는 걸 거북하게 여긴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젠 그런 거북한 일도 크게 줄 듯하다. 이 정권을 만든 보수적인 사람들이 먼저 정권과 거리를 두려 할 테니 말이다"라며 보수층 또한 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지금 전국 방방곡곡 수만 수십만개 골목에서 쏟아진 소리들이 장마에 물 불어나듯 큰 길을 메우고 콸콸거리며 흘러가고 있다. 이 흙탕물의 흐름이 2년 반 후 무엇을 허물고 무엇을 세우며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 갈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2년 뒤 대선에서 다시 진보진영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뒤, "공자(孔子)는 2500년 전 이렇게 말했다. '멀리 보고 미리 염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근심을 가까이 불러들이는 법이다(人無遠慮 必有近憂).' 공자는 멀리 볼 줄 알았다"며 거듭 이 대통령의 단견을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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