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들 '군 오락가락' 맹공...한나라도 '개탄'
군의 계속되는 말바꾸기, 초동대응 미숙에 의혹만 증폭
한나라당은 여권 실력자들의 각종 설화(舌禍)에 이은 천안함 사태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며 향후 지방선거 등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부심하는 분위기다.
송영길 "이게 IT공화국이냐"
야당들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26일 밤 사고발생 직후 지난 주말에는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공세를 자제했으나, 사고 처리과정에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본격적으로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28일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천안함 미스테리를 규정하기 위한 특위를 구성하기로 한 데 이어, 29일부터는 군 당국의 어이없는 대응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고가 난 게 26일 밤 9시 30분이고, 10시경에 사고가 났다는 연평도 어민으로부터 제보 전화를 받았다"며 "어선도 침몰하면 일단 스티로폼 부표를 달아서 침몰위치를 바로 찾을 수 있게 위치를 표시하는 게 일반적인데 부표 하나도 안달고 어제저녁 7시에야 겨우 달았다는 것"이라며, 부표를 달지 않은 까닭에 실종된 함수를 찾기 위해 이틀간 헤맨 군당국을 질타했다.
송 최고위원은 "IT 공화국을 자랑하는 한국이 삽질 공화국이 돼서 정보통신부를 해체시키더니 RFID(무선고주파인식기술) 조난 장비 예산 하나 확보를 안해서 구명조끼에 부착이 안되어 있었단 말인가"라며 "지금이 고려시대, 삼국시대도 아니고 배 위치 추적 자체도 안 되는 상황이 IT 강국이냐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도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로 나흘째가 되고 있지만, 아직 사고가 왜 났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국민을 말로는 안심시키면서 이명박 정부는 네 번이나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하고 전 공무원을 비상대기를 시키고 그러면서 아무런 발표도 없으니 불안을 결과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그는 "차분한 대응도 못하면서 회의만 소집하고, 뭘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며 의혹을 눈길을 보낸 뒤, "어떠했든 위기관리 미숙 정권"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昌 "왜 쉬쉬하냐...지하벙커에는 왜 들어가고"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도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안보 관계 장관 회의를 벌써 네 번 열었는데, 그 회의 내용이나 상황 토의된 내용에 대해서 일체 발표가 없다. 그거 왜 쉬쉬하냐"며 "국민들이 모두 정말 불안해하고 보고 있는데 그리고 또 이 사고의 경위라든가 또는 처리 내용에 대해서 아주 보안을 지키고 그럽니다. 접근을 막고... 왜 그러냐? 그러한 불투명한 태도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추측을 하고 그런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이어 "발표 내용도 전후가 모순되는 게 많다"며 "일요일 날 지휘장이 나와서 보고할 때는, 폭발이 나고 배가 한 60도 정도 기울어서 한 세 시간 가까이 가다가 침몰했다 이런 보고를 했는데, 그 뒤에는 또 두 동강이 났다는 거 아니냐"며 군의 말 바꾸기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더나아가 북한과 무관하다면서 지하벙커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 "지하벙커는 경제하러 들어가는 곳 아니냐"고 비아냥댄 뒤 "그런 식으로 안했으면 좋겠다. 지하 벙커 들어갈 땐 들어가야지, 공격이 임박하고 또 위험성이 있다 할 때는.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없다 어쨌다 하면서 지하 벙커 들어가는 게 쇼다, 쇼"라고 질타했다. 그는 "뭐 지하 벙커 밖에 있는 국민들은 얻어맞아도 좋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국민참여당, 8대 의혹 제기
앞서 28일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는 "청와대에서 몇 차례나 안보회의를 열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속시원하게 밝히는 게 없다"며8대 의혹을 공개질의하며 정부의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특히 거대규모의 천일함이 왜 수심이 낮아 위험한 백령도에 근접했는지에 대한 의혹과 언론사 취재 통제 이유, 그리고 백령도 근방의 우리 측 기뢰 매설 현황과 부유 가능성 등, 세간에 나도는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한나라당에서도 불만 폭발
한나라당에서도 군과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명진스님 파동으로 궁지에 몰렸던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근거 없는 예단이나 추측, 유언비어는 실종자 구조와 사고원인 규명에 혼란을 주고 가족에게 두 번, 세 번의 아픔을 주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며 ""국회는 일체의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순자 최고위원은 "사고규명을 위해 어떤 이유도 붙이지 말고 최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정보를 애써 막으려 해선 안 된다. 종합적인 판단을 위해 더러 정보를 통제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일이 원만하게 해결된 적은 없다. 당장은 힘들어도 국민 앞에 최대한 의혹 없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정부에게 진실 공개를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일각에서 일어나는 여러 오해와 불편한 내용에 대해 실종 가족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정부는 투명하게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다급한 상황이었기는 하지만 국방부 보고 자체가 일관성을 결여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며 "최초의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폭발과 함께 선미 파공, 구멍이 생겨서 물이 들어와서 침몰이 됐다는 식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 다음날은 배가 두 동강이 나서 배가 급격하게 침몰했다, 이런 점들이 좀 일관성이 결여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구조작업에 있어서도 해군이 먼저 사고해역에 도착했고, 해경은 70분정도 있다가 도착을 했는데 구조 작업 자체에 대한 설명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며 거듭 군의 말 바꾸기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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