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보수신문 보고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천주교 선언은 외면하고, 국민소송 기각은 대서특필"
이상돈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천주교 주교회의 선언의 의의에 대해 "천주교의 정식기구가 공식적 의견으로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세계 천주교 역사에도 드물게 있는 획기적인 일"이라며 "한국 천주교가 ‘진실’이란 횃불을 높이 쳐든 것"이라고 중차대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수신문을 정조준,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으로 천주교 주교회의의 발표를 덮어 버렸다"며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높이 사는 법정 스님도 4대강 사업은 대재앙으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셨다는 사실은 다른 매체서만 볼 수 있는 뉴스"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주교회의 선언이 나온 같은 날 오후에 있었던 서울행정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을 거론하며 "원래 가처분 신청은 받아 드려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은 가처분이 아니면 효율적인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것이라서 기대를 걸었지만 무위(無爲)에 그치고 말았다"며 "4대강 사건 같은 환경소송의 경우는 자연환경에 대한 피해는 크지만 어느 특정인이 자신의 법익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데 무리가 있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선 피해자의 법익을 보다 너그럽게 해석해서 판결을 한다. 나는 재판부가 그런 전향적 자세를 갖고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아직은 가처분을 신청한 낙동강과 영산강 소송이 진행 중이며, 우리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 할 것이기에 법정 절차는 기대할 만한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다른 3곳에서 진행중인 재판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다시 화살을 보수신문으로 돌려, "남한강 주변의 자연파괴, 낙동강 오염 퇴적토 문제, 함안보 침수 우려 등 일련의 4대강 사태에 대해 전혀 보도를 하지 않은 신문이 ‘가처분 신청 기각’을 크게 다룬 것을 보고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며 "4대강의 ‘진실’이 무엇이기에 그들은 그것을 그렇게 숨기고 또 왜곡하는 것일까:"라고 일갈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4대강의 '진실'이 그렇게 두려운가
지난 한 주일 동안 ‘4대강’과 관련해서 많은 일이 있었다. 월요일에는 천주교 사제단이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선언을 했다. 주교 다섯 분을 포함해서 1100명이 넘는 사제(司祭)가 이 선언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주교회의가 열렸고 금요일에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이 생명과 환경을 해치는 심각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천주교의 정식기구가 공식적 의견으로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세계 천주교 역사에도 드물게 있는 획기적인 일이다. 한국 천주교가 ‘진실’이란 횃불을 높이 쳐든 것이다.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으로 천주교 주교회의의 발표를 덮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높이 사는 법정 스님도 4대강 사업은 대재앙으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셨다는 사실은 다른 매체서만 볼 수 있는 뉴스다.
한편 조계종은 봉은사를 총무원의 직할사찰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렇게 되면 명진 스님은 사실상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나시게 돼서 이런저런 말이 있는 것 같다. 현 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하신 명진 스님은 4대강 국민소송단의 고문을 맡고 계시기도 하다.
지난 11월 4대강 국민소송을 준비하면서 종교계 중진 몇 분을 고문으로 모시기로 했다. 불교에서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 스님으로는 수경, 법륜, 도법 스님 등이 계시지만 우리 중 누군가 명진 스님 같은 분을 모시는 것이 폭을 넓히는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나는 봉은사에 면담을 신청해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명진 스님을 찾아뵈었는데, 스님은 나의 부탁을 그 자리에서 흔쾌히 받아 주셨다. 지난 2월 초에 다른 교수들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찾아뵌 적이 있는데, 총무원장께서는 수경 스님 등이 조계종을 대표해서 4대강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조계종도 4대강 사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믿는다.
명진 스님을 처음 찾아뵈었던 시기에 나는 이원영 교수와 함께 천주교 수원 교구장을 지내신 최덕기 주교님을 의왕 나자로 마을에서 찾아뵈었는데, 주교님도 우리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셨다. 최덕기 주교님과 명진 스님이 고문이 되어 주신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천주교 사제단 선언에는 최 주교님 뿐 아니라 현재 수원 교구장이신 이용훈 주교님도 서명을 하셨고, 다른 교구에 비해 수원 교구 신부님들이 월등히 많이 참여하셨다.
지난 금요일 오후에 서울행정법원은 우리가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원래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은 가처분이 아니면 효율적인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것이라서 기대를 걸었지만 무위(無爲)에 그치고 말았다. 4대강 사건 같은 환경소송의 경우는 자연환경에 대한 피해는 크지만 어느 특정인이 자신의 법익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데 무리가 있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선 피해자의 법익을 보다 너그럽게 해석해서 판결을 한다. 나는 재판부가 그런 전향적 자세를 갖고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가처분을 신청한 낙동강과 영산강 소송이 진행 중이며, 우리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 할 것이기에 법정 절차는 기대할 만한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한강 주변의 자연파괴, 낙동강 오염 퇴적토 문제, 함안보 침수 우려 등 일련의 4대강 사태에 대해 전혀 보도를 하지 않은 신문이 ‘가처분 신청 기각’을 크게 다룬 것을 보고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4대강의 ‘진실’이 무엇이기에 그들은 그것을 그렇게 숨기고 또 왜곡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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