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곽영욱에게 골프채 받은 적 없다"
"모자 하나만 받아", 곽영욱 "기억이 안난다. 모르겠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세번째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2002년 8월21일 여성부 장관을 지내던 한 전 총리가 서울 반포동의 호텔에서 곽 전 사장과 함께 오찬을 한 일이 있다"며 "한 전 총리는 '식사를 마치고 따라가 보니 골프용품점이었다'라고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한 전 총리가 당시 골프용품점에서 '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며 선물을 거절했지만 곽 전 사장이 계속 선물을 건네려 해 성의로 모자 한 개만 받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곽 전 사장에게 "한 전 장관이 골프채를 선물 받은 뒤 한 어떻게 가지고 갔느냐"고 묻자, 곽 전 사장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재판부도 "골프채 세트를 구입했다고 기록된 8월21일은 수요일로, 장관이 평일 근무 중 골프채를 사러 나갔다는 점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 장관이 골프채를 가져간 게 맞나. 배달시켰느냐"고 묻자, 곽 전 사장은 "기억이 안 난다"며 말끝을 흐렸다.
골프채 문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장에서 빠졌으나 검찰은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관계를 입증하겠다며 전날 골프용품점 판매전표를 법정에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판매전표에는 골프채와 골프클럽가방, 옷가방, 골프공, 골프모자, 골프장갑 등 1천만원 상당의 골프용품을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골프클럽가방과 옷가방의 구입자에 한 전 총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편 변호인단은 곽 전 사장의 검찰 진술 조서를 그에게 보여주며 당시 진술이 사실인지를 따져 물었다.
검찰 조서에는 곽 전 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 등과 총리 공관에서 점심을 먹고 자리가 끝날 때 5만 달러 봉투를 그에게 직접 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전 총리가 봉투를 핸드백 같은 것에 집어넣은 것 같다"는 진술도 조서에 적혀 있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은 11일 재판에서 "총리 공관 오찬 때 봉투를 내 식탁 의자에 두고 나왔다. 놓기 전에 한 전 총리에게 따로 보여주진 않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변호인은 이에 조서를 대형 스크린에 띄워 곽 전 사장에게 보여주면서 "검찰 조서 내용과 재판 증언 내용 중 어느 쪽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에서 얘기한 것이 잘못된 것 같다. 법정에서 얘기한 게 맞다"며 공소장과 다른 주장을 거듭 했다.
변호인 측이 이에 의자에 돈 두고 나왔다는 말을 검찰 조사에서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처음에 조사받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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