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우리시대 큰 어른' 법정스님 입적

'불교계의 살아있는 양심', 김수환 추기경과 두터운 친분

불교계와 우리시대의 큰 어른이신 법정(法頂)스님이 11일 오후 1시52분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55세. 세수 78세.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우리 시대의 큰 어른들이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폐암 투병을 해온 법정스님은 올들어 병세가 악화하면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다가, 입적 직전인 11일 낮 자신이 창건한 길상사로 옮긴 뒤 입적했다.

1932년 10월8일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법정 스님은 한 핏줄끼리 총부리를 겨눈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 앞에서 고민하다가 대학 재학중이던 1955년 마침내 입산 출가를 결심하고 당대의 선승 효봉스님을 만나 불문에 몸을 담았다.

1960년 봄부터 통도사에서 운허 스님과 함께 '불교사전' 편찬에 참여하다 4.19와 5.16을 겪고 사회참여의 길에도 나섰다. 그는 유신시절 함석헌옹, 장준하 선생 등과 함께 불교계의 사회참여가 거의 전무하던 시절에 불교계 대표로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과 유신 철폐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1975년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인 인혁당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아 출가 본사인 송광사로 내려온 이래 1976년 그 유명한 산문집 <무소유>를 펴냈다. <무소유>는 단순한 산문집 차원을 넘어서 준엄한 권력 비판 의지가 담겨, 당시 유신 강권통치에 신음하던 많은이들에게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후 나온 그의 산문집도 마찬가지로 권력에겐 더없이 따가운 쓴소리의 연속이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천주교의 살아있는 양심이었다면, 법정스님은 불교계의 살아있는 양심이었다.

두 분은 생전에도 서로를 존경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아왔다. 특히 1996년 고급요정이던 성북동의 대원각을 시인 백석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김영한 할머니(1999년 별세)로부터 아무 조건없이 기부받아 이듬해 12월 길상사로 탈바꿈하던 날, 사전 법정스님의 초청을 받은 김 추기경은 길상사를 찾아 세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답례로 법정스님은 명동성당에서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는 어른들의 교류였다.

지난해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접한 법정스님은 추모의 글을 통해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기도 했다.

"십여 년 전 성북동 길상사가 개원하던 날, 그분은 흔쾌히 나의 초청을 받아들여 힘든 걸음을 하시고, 또 법당 안에서 축사까지 해주셨다. 그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도 농담과 유머로써 종교간의 벽, 개인간의 거리를 금방 허물어뜨렸다. 그 인간애와 감사함이 늘 내 마음속에 일렁이고 있다.

그리고 또 어느 해인가는 부처님오신날이 되었는데, 소식도 없이 갑자기 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셨다. 나와 나란히 앉아 연등 아래서 함께 음악회를 즐기기도 했었다. 인간의 추구는 영적인 온전함에 있다. 우리가 늘 기도하고 참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깨어지고 부서진 영혼을 다시 온전한 하나로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불교계의 원로 법정스님이 11일 입적했다. 사진은 1997년 12월 길상사 개원법회를 방문한 김수환 추기경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법정스님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듬해 명동성당에서 특별 강론을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법정스님은 말년에는 가능한 한 세속의 일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때로는 준엄한 꾸지람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강행하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그러했다.

법정스님은 이 대통령이 취임초 대운하를 밀어붙이던 2008년 4월20일 길상사에서 행한 법회에서 "근래에 와서 이 땅의 생태계가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주위를 보면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허물고 파헤쳐져 피 흘리며 신음하고 있다"며 "그런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 사업으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라며 반드시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옥같은 수많은 산문집과 법경을 남긴 법정스님은 자신의 입적을 예상한 듯 지난 2008년 11월에는 길상사 소식지에 실었던 수필들을 모아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 제목 그대로 법정스님은 마무리는 아름다웠다.

입적한 법정스님에 대한 다비식은 오는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김혜영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28 개 있습니다.

  • 0 0
    무 령

    큰 어른들 타계하시고 쥐와 개독들만 남는구나 그래 계속 만수무강 하그라

  • 2 0
    명박바보

    이명박 집권기에 별 다섯개가 진다는 어떤 점쟁이의 말이 있었다는데 그 한분이 법정스님인가봅니다. 김수환추기경, 노무현전대통령, 김대중전대통령, 법정스님.... 모두 하늘에서 편하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 이명박 집권시기에는 이 사회의 민주와 정의와 평화를 지탱해 오셨던 큰 별들이 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 1 3
    111

    단군의 후손이라면 민족주의 하세요
    매우 중요합니다.............
    기록에는 환인부터 불교가....... 석가모니보다 더 위 이다
    --
    - 한민족의 역사는 우주에서 이사왔다.....이것뿐이고
    한민족의 역사는 왜곡이 심하기때문에 알수없다..........
    현재의 친일파 권력들이 언제 언제 확인했는가
    그들에겐 오직 돈과 권력

  • 1 0
    진정한 원로분들

    법정스님과 김수환추기경님의 말씀과 따스한 손길을 잊지못하시는 사회각계 저명인사들의 살아계셨을적에 만난느낌을 방송에서 얘기하는걸봤는데 머리에 정말로 따스함을 각인하였다고 훈훈한 가슴의 울림을느끼었다고 하시더군요 이두분의 글들과 말씀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어떤 희망이란 단어를 인지하게 해주신분들이었죠 우리사회의 진정한 어른들

  • 3 0
    삶이란 이런거다

    사람은 죽을때 그사람의 진정한 가치와 업적을 느낄수있다고하는데 이분의 진정한 인격을 다시한번 사람들이 느끼고 삶에대한 바른가치를 가지고 살게하는 교훈을 주시고 가신것같네요

  • 2 0
    훌륭한인격체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책을 읽고 마음이 청명해짐을 느꼈었죠 부디 좋은곳으록 가시길 우리사회가 진정한 원로를 또한분 저승으로 보내게되었네요 정신은 남았으니 우리가 그 바른정신을 유훈삼아 똑바로 살아가게 하는 용기를 내서 열심히들 살자구요

  • 1 0
    진정한 어른이셨던분

    각계각층의 원로들이 조문을 가셨다네요 그분의 훌륭한 정신을 두고 가셨죠 청빈한삶의 교훈까지 남겨두시고 가셨죠 명복을 빕니다..

  • 1 0
    명복을 빕니다.

    큰별이 또하나 사그라지셨구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0 7
    중이나먹사나

    중아자씨!! 쥐줌데려가지ㅎㅎㅎ

  • 2 3
    수화니 친구들

    무엇이 두터운 친구로 표현되었는지는 몰라도
    법정은 절대로 수화니를 이땅의 양심으로 인정하시지 않으셨을게다
    어찌 친일세력과 법정스님이 부처의 도를 나누었겠냐? 걍 말씀을 안하셨을뿐이지.

  • 2 1
    참기독교

    밑에 성도/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니오. 명박장로가 진정 신자라면 반대자들에게 조용히 귀기울여야 하고 서민 앞게 겸손해야 합니다. 강부자만 위하고 국토 파괴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그 사람은 신자도 아니고 사람의 길을 가는 것도 아니요. 하나님이 아니라 마귀의 길을 따라 가는 것 같소이다. 당신 교인 가장해서 기독교를 욕먹이려는 안티 아닌가?

  • 8 2
    반야

    진정한 스님이 열반하셧다!
    큰어른들이 다른세상으로가시고계시다!
    참가슴아픈일이다!
    기독교계특히 웰빙재벌귀족 목사,교인들은 불교폄하비방하지말고 법정스님을 본받아 무소유의삶을 살으면
    개독교라는말은사라질것이요 안티기독교세력은 자동적으로 사라질것이다!

  • 8 0
    불자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한 큰스님의 그 높으신뜻 깊게 새기겠나이다...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 0 25
    성도

    하나님이 이대통령을 특별히 도와주시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대통령의 앞길에 장애가 되는 사람들을 거두어 가시는
    것을 보면 우리 대한민국이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 15 0
    의인은가고

    작년부터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소금같은 존재들이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고, 얼뜨기 장똘뱅이 사기꾼들 만 제 세상인양 꽥꽥 되는 세상이 돼버렸어.. 숭례문 불탄 이후 나라에 중심이 없어진 느낌.. 지금 나라의 대혈관을 뒤집어 엎는 삽질 이거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될거 같아 불안해. 아주 많이..

  • 3 0
    까칠한사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아름다운 마무리' 다시 읽어 봐야겠군....책도 제목과 같이 흰색으로 단순하게 디자인 됐군요..........

  • 6 0
    무소유의법제화

    무소유의 실천
    이땅의 모든 종교인들이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듭시다
    종교인들이 재산을 소유한다는게 이해가 안간다

  • 2 3
    녹명

    했다고 하니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자신의 영혼이 이미 사바세계를 떠났으면 그 후 일은 그냥 이승에 사는 사람들한테 맏겨 놓는게 더 종교적이 아닐까해서다. 마지막 순간이라도 침묵하셨으면 더 멋있는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서 몇자 적어?다. 좌우지간 명목을 빌고 이시대 어른이 한분 없어졌다는 사실이 오늘을 씁쓸하게 한다.

  • 1 1
    녹명

    성경말씀에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지만 사실 말씀이 있기전에 침묵이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 침묵이 금이고 웅변이 은인것이다. 그런데 법정스님은 침묵하라 하시면서 사실 굉장한 웅변을 하신 분이다. 그래서 내가 그분에 대해서 판단을 내렸다고 한것이고 역시 이분이 죽음을 앞에두고 장의의식을 하지마라 사리를 찾지마라

  • 3 0
    녹명

    그런데 나는 법정스님에 대해선 사실 약간 묘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일단은 훌율한 분이셨고 사회에 여러모로 귀감이 되셨던 분임은 분명하다. 나는 독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교리가 좋아서 절에 가면 108배는 하고 오는 편이다. 염불을 외울때는(사실 끝까지 아는 염불도 없음) 모르지만 대부분의 기도는 침묵이다.

  • 3 0
    녹명

    그런 의미에서 스님들을 좋아한다. 천주교나 개신교나 비슷한 종교적 신념을 갖지만 일반인들이 보는 신부님과 목사님의 차이가 결국 먹여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나 없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래서 스님들과 신부님들은 자주 만나고 대화도 나누지만 목사님들과는 별로 그런거 같지 않다.

  • 5 0
    녹명

    나는 개인적으로 스님들 좋아한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진정한 종교인이 되려면 일단 거추장 쓰럽고 돌봐줘야하는 딸린 식구가 없어야 한다고 보기때문이다. 가족에게 돈이 필요하고 아프고 배고픈데 과연 진정한 종교적 신념이 생길까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 3 9
    세대교체

    큰 어른들은 가고 4대강 반대 떠들거나 김정일한테 아부하는 놈들만 늘어난다. 그놈들 전부 북한보내 성고문시켜줘라

  • 6 0
    명복

    .
    명복을 비옵니다
    111아 정체가 의심스럽구나..

  • 4 0
    길상사

    극락왕생하시옵소서...

  • 9 3
    극락왕생

    밑의 111//민족문제연구소에서 김수환추기경님 친일파 아니라고 성명 발표 했는데?너는 아직도 그러고 사니?참으로 불쌍하다..머리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촌부로구나.
    머리를 비우고 가슴으로 느끼거라..
    무소유 하거라..

  • 18 0
    한마디

    극락왕생을 빕니다! _()_

  • 18 0
    멍이네 청이

    두분이 하늘에서 만나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