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보수신문의 '4대강 침묵', 해도 너무한다"
"외국 기자들과 외국 시민단체들까지 걱정하거늘"
이상돈 교수는 이날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칼럼 <‘4대강’을 보도하지 않는 보수신문들>을 통해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홍보를 했음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국민의 3분의2가 반대하고 있다. 천주교와 불교가 교단 차원에서 이 사업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한 것도 전에 없던 일'이라며 "외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기자가 현장을 방문하고 법원 심리를 방청했나 하면, 일본에선 교수와 전문가로 구성된 방문단이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는 공사현장을 찾아보고 걱정을 했다"며 외국 언론과 외국 시민단체들까지 4대강 사업 강행을 우려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 정도 논란이 있는 4대강 사업이라면 그 사업의 당부당(當不當)을 떠나서 신문은 자주 보도해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이른바 ‘보수신문’이라는 몇몇 신문은 ‘4대강’을 아예 다루지 않는다. 남한강에서 공사를 하다가 오염사고가 나고 주변의 멸종위기종자의 서식지가 파괴되어도, 낙동강에서 오염된 퇴적토가 나와도 이에 대한 기사가 한 줄이 없다. 착공을 하고도 준설토를 쌓아 놓을 곳이 없어서 공사가 중단됐다거나,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위해 유기농가를 철거하기로 했다는 것도 이 신문들에게는 기사감이 안 된다. 4대강 사업 그 자체가 사실상 운하라든가, 또는 4대강 사업이 경제성이 없다는 논의도 이 신문들에선 찾아볼 수 없다"고 꾸짖었다.
그는 또한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 4개 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이 제기되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오고 가도 이 신문들에는 그런 기사가 아예 없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천주교 주교가 야외에서 미사를 열어도, 신부들이 릴레이 단식을 해도, 또 사찰에서 2000명 신도가 모여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법회를 열어도 이 신문들은 한 줄 기사를 쓰지 않는다"며 거듭 보수신문들의 직무유기 상황을 열거했다.
그는 더 나아가 "그렇다고 해서 4대강에 관한 정보가 막혀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3분의2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컴퓨터만 켜면 인터넷 신문과 블로그가 4대강에 관한 뉴스를 전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현상은 한 여론조사가 노년층, 저학력층, 저소득층에서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분석한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노년층과 저학력층에서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말하자면, 지하철 경로석에서 앉아 종이신문을 보는 계층, 그리고 신문과 인터넷을 아예 안보는 계층에서 4대강에 대한 지지가 높은 셈"이라며 보수신문들이 스스로 젊은 세대 및 사회여론주도층과 등을 돌리고 있음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신문은 편집방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4대강 사업에 찬성할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4대강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보도하고, 그런 다음에 4대강 사업이 옳다고 당당하게 논지를 펴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극단적 환경주의자라든가 좌파 집단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무언가 의견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며 보수신문들의 원천적 침묵을 거듭 힐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그럼에도 ‘보수신문들’은 ‘4대강’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른 신문과 인터넷 매체가 4대강을 보도하기 때문에 유신체제나 5공화국에서와 같이 권력의 탄압이 있어서 이렇게 침묵하는 것도 아닐 것"이라며 "어떠한 이유에서 이 신문들이 4대강에 대해 침묵을 하던 간에 4대강에 관한 뉴스는 다른 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가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하던가"라는 일침으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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