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세계 어느나라 변협이 이런 황당한 일을?"
변협의 '4대강 토론회' 취소에 "기네스북에 오를 행위"
대한변협이 '4대강 세미나'를 하루 전에 급작스레 취소한 데 대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격분했다. 이상돈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질타하며 그간의 경위를 상세히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변협이 인권환경대회를 열기로 한 시점은 작년 11월. 지난해 11월26일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이 교수가 제기한 직후에 이 교수의 대학 10년 정도 선배인 변협의 김성수 변호사가 전화를 해 인권환경대회 개최 소식을 알리며 4대강 분야에선 안병옥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발표할 것이니, 이 교수는 비판적인 입장에서 토론자로서 발표해주기를 부탁했고 이 교수를 이를 받아들였다.
1월 중순경 다른 토론자 명단이 확정됐고, 2월 초에 발표자 논문을 보내주었다. 이 교수 역시 토론요지를 대회 열흘 전에 보냈고, 팜프렛까지 작성됐다. 변협은 그러다가 토론회 전날 오후에 급작스레 토론회 취소를 일방통고했다.
이 교수는 김평우 변협회장이 막판에 형평성을 문제삼아 세미나를 취소한 것과 관련, "문제는 대한민국의 법학교수나 변호사로서 4대강 사업이 적법하다고 주장할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변협은 찬성 토론자를 못 구한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진행을 하기로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일단 팜프렛이 나가고 프로시딩이 나오고 행사가 시작됐으면 그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법"이라며 "행사 도중에 하루 앞두고 황급히 취소하는 것은 기네스 북에 오를 우스운 행위다. 대한민국의 모든 변호사가 속해 있는 대한변협이 그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변협을 질타했다.
그는 "월요일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서울의 변협 사무실에선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행사 전날 취소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가는 것"이라며 "정말 그날 아침에 청주에서 과연 이사회를 했는지, 김평우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는지, 또는 진정으로 자체적인 결정이었는지 또는 외부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한변협이란 공신력 있는 단체가 이런 일을 한 것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취소 배경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번 일은 4대강 분과의 발표자와 토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행사에 참석했던 변호사들만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그것은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변호사를 신뢰해야 하는 우리 국민 전체의 문제다. 이런 몰상식한 일을 하는 변협이 어떻게 변호사 윤리를 지킬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을 변협 자체가 조사해서 조치를 취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변협 자체의 공신력이 추락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대한변협 4대강 토론회 취소 사건
대한변협이 2월 22-23일간 청주 라마다 호텔에서 개최한 인권환경대회에서 4대강 분과를 하루 전에 취소한 사건은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토론자로 참가할 예정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전부 가입해 있는 대한변협에서 그런 치졸하고 의혹에 가득 찬 석연치 않은 조치를 했다는 것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변호사 협회가 이런 황당한 일을 저지르겠는가.
대한변협은 매년 변호사 대회와 연수회를 여는데, 이번에는 연수회를 인권환경대회라는 이름으로 연 것이다. 이번 행사를 조직한 준비위원회는 환경 이슈 중에서는 기후변화와 4대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두 번째 날에서 4대강 사업이 한 개 분과가 된 것이다.
변협이 인권환경대회를 열기로 한 시점은 작년 11월로 알고 있다. 11월 26일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직후에 대학 10년 정도 선배이신 김성수 변호사께서 전화를 주셨다. 이런 행사에 환경분과가 있는데, 4대강 분야에선 안병옥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발표할 것이니, 나는 비판적인 입장에서 토론자로서 발표해주기를 부탁했다. 나는 물론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도무지 정부를 지지하는 토론자가 법대 교수나 변호사 중에서 나올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 했다. 1월 중순경 다른 토론자 명단을 알게 되었고, 2월 초에 발표자 논문을 보내주었다. 나는 토론요지를 대회 열흘 전에 보냈다. 발제논문과 토론요지는 모두 프로시딩에 실려 있을 것이다.
나 외의 토론자는 박오순 변호사와 인하대 김계현 교수(지리정보학과)였다. 박오순 변호사도 4대강 사업의 법절차 위반 등을 지적했다. 김계현 교수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토론요지를 제출했다. 김계현 교수는 2007년 대선 때 MB 캠프에 있었고, 그런 연유로 한국수자원공사 사외이사가 된 인물이다. 수자원공사의 임원들이 내부 실무진의 법률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4대강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음은 작년 가을 국정감사 때 드러난 바 있다. (나는 이것이 형법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다.) 김 교수도 그런 결정에 간여했을 것이니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김 교수 같은 사람 말고는 어느 교수가 4대강을 지지하겠는가.
문제는 대한민국의 법학교수나 변호사로서 4대강 사업이 적법하다고 주장할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협은 찬성 토론자를 못 구한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진행을 하기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팜프렛이 나가고 프로시딩이 나오고 행사가 시작됐으면 그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법이다. 행사 도중에 하루 앞두고 황급히 취소하는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우스운 행위다. 대한민국의 모든 변호사가 속해 있는 대한변협이 그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내가 4대강 분과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22일 월요일 오후 1시경이다. 김성수 변호사께서 전화를 했는데, 아침에 청주 현지에서 이사회를 해서 취소하기로 했으니까 내일 쉬어도 되겠으며,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하셨다. 김성수 변호사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고 나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이라서 그 분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그냥 웃고 말았다. 얼마 후 변협 임원진 중 한분이 또 나에게 전화를 주시면서 죄송하고 자신도 어처구니없다고 했다.
월요일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서울의 변협 사무실에선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행사 전날 취소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가는 것이다. 정말 그날 아침에 청주에서 과연 이사회를 했는지, 김평우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는지, 또는 진정으로 자체적인 결정이었는지 또는 외부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한변협이란 공신력 있는 단체가 이런 일을 한 것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등록심사를 하고, 변호사를 징계하는 권한이 있다. 법에 의해서 이 같은 규율권을 행사하는 공공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상식에 벗어나는 짓을 한 것이다. 이번 일은 4대강 분과의 발표자와 토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행사에 참석했던 변호사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변호사를 신뢰해야 하는 우리 국민 전체의 문제다. 이런 몰상식한 일을 하는 변협이 어떻게 변호사 윤리를 지킬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을 변협 자체가 조사해서 조치를 취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변협 자체의 공신력이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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