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아차, 실수", 벼랑끝 위기 몰려
민주 "법사위 산회후 예산부수법 직권상정, 국회법 위반"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논평을 통해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이 불법 날치기의 덫에 스스로 결렸다"며 "한나라당은 예산관련 부수법안도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날치기하려 했으나, 이미 산회를 선포한 법사위에 예산 부수 법안 심사기일을 '사후 통보'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의 대운하 예산 날치기 시도가 무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국회법상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운하 예산을 처리 할 수 없다"며,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한 김 의장에게 즉각적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오후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유선호 법사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한 때가 오전 10시 9분이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에서 국회의장 명의로 법률안 체계 자구심사 기간지정 공문이 10시 15분에 도착했다"며 "10시 9분에 산회를 선포하고 10시 15분에 공문을 접수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이어 "그랬더니 사무처 의사국장이 유선호 위원장에게 뛰어와 '이 공문이 산회된 10시 9분 이전에 접수됐다고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배석 중이던 저와 박영선·이춘석 법사위원, 유선호 위원장은 '엄연한 사실을 두고 어떻게 의사국장이 그러한 불법적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돌려보냈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의원도 "의사국장은 '10시 9분에 산회가 되고 심사기일지정 서류가 10시 15분에 법사위에 접수됐기 때문에, 10시 9분 전에 서류가 도착한 것으로 해 주지 않으시면 오늘 국회의장께서 예산법안만 처리할 수 있고 예산 관련 부수법안은 직권상정이 불가하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분명히 우리 앞에서 얘기했다"며 이날 중 예산관련 부수법안 처리가 불가능함을 강조했다.
이춘석 의원도 "국회법을 해석한 2008년도 국회 사무처 책자 제72조를 보면 ‘1일 1차 회의를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당일에 한번 산회하면 당일에는 못하고 12시 넘어서 할 수 있다는 국회법 해설서가 있다. 국회 선례집 제228항을 보면 ‘1일 1회 회의를 원칙으로 하고 자정이 넘을 경우에는 차수를 변경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차수변경'을 하지 않는 한 예산관련부수법안 처리가 불가능함을 지적했다.
김 의장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국회법 위반을 지적하고 나오자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오후중에 김형오 의장에게 차수 변경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시비를 없애기 위해 이날 자정을 넘긴 후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재지정해 1일 새벽에 예산관련부수법안과 예산안을 함께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는 것.
그러나 이럴 경우 연내 예산안 처리는 물 건너가게 돼, 김형오 의장은 공언한대로 사퇴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의장실 관계자는 "그냥 이대로 본회의를 진행한다고 나라살림인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이 행정소송을 걸겠나"라고 반문한 뒤, 차수 변경을 요청한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국회 의사국장의 치명적 실수도 문제지만, 한나라당도 김형오 의장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모든 것은 김 의장의 선택에 달렸다"며 "법적 시비가 있더라도 예산안의 시급성을 따져볼때 오늘 중으로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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