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회의장 바꿔 '예산안 기습처리'
내년도 예산안, 정부안보다 도리어 1조원 늘어나. 긴장 고조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국회 245호실에서 긴급 비공개 의원총회를 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의총이 아니라 예결회의장을 이곳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였다.
한나라당 소속 예결특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 등 일부 예결위원들은 이에 앞서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는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민주당 위원들의 퇴거를 요청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민주당에 국회 245호실로 예결위회의장을 변경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245호실로 우르르 몰려왔지만, 한나라당과 국회 경위들은 민주당의 245호실 진입을 원천 봉쇄했고, 심재철 예결특위위원장도 '2010년도 예산안 수정동의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켜 버렸다.
심 위원장은 한나라당 예결위원 29명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예산안 수정안을 표결없이 "이의가 없느냐"는 구두 질문을 던진 뒤 의원들이 "예"라고 답하자 곧바로 통과시켜 버렸다.
신성범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막바지 노력을 했다"며 "속기사가 대기하는 가운데 적법하게 통과됐다"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단독 기습 처리한 예산안은 291조8천억원의 정부원안보다도 1조원 늘어난 총 292조8천억원 규모다. 국회에서 예산이 정부안보다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4대강예산의 경우 국토해양부의 3조5천억원 원안 중 2천800억원이 삭감됐다. 그러나 이중 1천400억원은 비 4대강 소하천 사업이다.
민주당이 끝까지 전액 삭감을 요구한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출자금 이자보전금 800억원 중에서는 100억원만 삭감 처리했다. 또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농촌저수지 사업 등 700억원을 삭감해 예결위에 올린 원안은 그대로 처리됐고, 환경부의 4대강 사업 소관 중 650억원은 삭감됐다. 그러나 이중 350억원 가량은 비 4대강 생태하천사업이다.
한나라당이 회의장을 바꿔 예산안을 기습 처리함에 따라 이날 오후 중으로 예상되는 본회의장에서의 예산안 처리를 놓고 양당간 대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본회의장 처리를 최대한 막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오전 8시께부터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 집회에 돌입한 뒤 본회의장 점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양측간의 물리적 충돌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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